백기철 정치부장
수도권의 세대투표가 전국화할까?
유권자 선택은 지그재그? 도미노?
제3세력은 얼마나 맹위를 떨칠까?
유권자 선택은 지그재그? 도미노?
제3세력은 얼마나 맹위를 떨칠까?
올해엔 총선·대선이란 두 차례의 큰 선거가 있지만, 지난해에도 이런저런 선거가 몇차례 있었다. 4·27 재보궐선거,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제법 이목을 끈 선거들이었다. 선거를 치를 때면 으레 편집국에서 내기를 하는데, 정치부장은 잘해야 본전이다. 맞히면 당연하고, 틀리면 웃음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지난해 세 차례의 선거 내기에서 거둔 성적은 정말 신통찮았다.
얼마 전 식사 모임에서 이번 총선을 두고 또다시 내기를 하게 됐다. 내가 어떻게 내기를 걸었는지 여기선 밝히지 않겠다.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별도로 제게 메일을 보내주시면 알려드릴 수도 있다.) 신문사 밖의 학자분들을 만난 자리였는데, 내기에 큰 편차가 없었다. 여야가 한 자릿수 안팎의 박빙 승부를 펼칠 것으로들 보았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총선에서 크게 승부가 갈리지 않고, 대선으로 승부가 연장되리라 보는 것 같다.
선거란 게 고도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다중의 의사표출인 만큼 예측을 벗어나는 게 오히려 정상인지 모른다. 다만 언론은 끊임없이 여러 변수들을 추려내 실마리를 잡고자 한다. 총선과 대선이 8개월 간격으로 치러지는 올해 선거 정국에는 대략 세 가지의 주요 포인트가 있다.
첫째는 지역과 세대의 문제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계속된 젊은층의 투표 참여 열기, 다시 말해 세대투표 양상이 총선·대선에서 이어질지 여부다. 수도권의 세대투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는 양상이지만, 전국 단위의 양대 선거에서 이런 흐름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양대 선거에서 부산발 선거혁명이 일어난다면 90년 3당합당 이후 한국 정치의 중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호남의 지역색 완화 조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둘째는 이른바 선거의 ‘지그재그’ 이론이다. 유권자들이 한 선거에서 이 당에 몰아주면 다음 선거에선 저 당을 찍어 시계추처럼 견제한다는 것이다. 그간 대체로 지그재그 이론이 다수설이었지만, 이른바 ‘도미노’ 이론도 최근 부쩍 힘을 얻고 있다. 총선·대선에서 한 쪽에 표를 몰아주어 확실히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야권에선 정권심판론이 거세지면서 도미노 이론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제법 있다.
셋째는 제3세력 대 기존세력의 문제다. 역대 선거에선 항상 양대 정당을 위협하는 제3세력이 출현했다. 이번엔 제3세력의 자장이 제법 세다. 경우에 따라선 안철수로 대표되는 제3세력이 기존 정치권을 크게 위협할 수도 있다. 총선에선 통합진보당이 제3세력의 범주에 든다. 역대 선거에서 제3세력은 한때 맹위를 떨치다가 시들해지곤 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지 어떨지 관심사다.
사실 한국 정치는 너무 다이내믹해서 몇몇 변수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구나 요즘은 에스엔에스(SNS)로 무장한 유권자들의 흐름을 기성 언론이 따라잡기 바쁘다. 편집국에서 오프라인 신문 만드는 데 매달리다 보면, 때때로 온라인상의 민심과 정보 흐름에 저만치 뒤처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앞서 말한 총선·대선의 세 변수 중 세대·도미노·제3세력이 ‘변화’를 의미한다면, 지역·지그재그·기존세력은 ‘현상 유지’ 쪽에 가깝다. 민심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1차로 판가름날 것이다. 선거 때면 항상 그랬듯 이번에도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게 정말 민심이었구나!’ 하며 호들갑을 떨지 모른다. 내기에 져도 좋으니 2012년의 결정적 순간에 나도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싶다.
백기철 정치부장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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