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민주통합당은 잘나간다고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연합정치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연합정치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요즘 엄청 잘나가고 있다. 지난 2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정당지지율이 39.7%로 한나라당(29.1%)을 10%포인트 격차로 앞질렀다. 놀라운 수치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잠깐을 제외하곤 지난 20여년 동안 본 적이 없는 기세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에선 들뜬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타면 된다’고 보고 총선 공천에 뛰어들었다. 민주당 예비후보 등록자가 10명이 넘는 선거구도 수도권에 수두룩하다. 이들은 “닥치고 경선”을 이야기한다. 예비후보가 많이 몰렸으니 당 지도부 차원의 조정이고 뭐고 필요 없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날카로운 시평으로 평판이 좋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모두가 총선에 출마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쓸 정도다. 한명숙 새 대표가 국회의원 공천 방식으로 거의 완전 국민경선을 선언한 것도 이런 기세에 눌린 탓이 크다고 하겠다.
민주당 통합은 반쪽에 그쳤다는 한계가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문성근 최고위원 등을 제외하고 그밖에 합류한 사람들은 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이 약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다양한 전략을 써서 나름대로 전당대회 효과를 끌어올렸다. 한나라당이 온갖 비리와 악재에 휩싸인 데 따른 반사효과도 제1야당으로서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면에 야권의 또다른 축인 진보정당은 처지가 참으로 초라하다. 통합진보당은 같은 리얼미터 조사로 3.6%가 나왔다. 그 당 사람들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노회찬·심상정 전 의원 등 진보신당 출신 집단까지 3자 통합을 했는데도 세 정파의 단순 지지율 합계는커녕 옛 민주노동당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니 말이다.
통합진보당은 통합 뒤 ‘인지도’가 되레 떨어졌다고 한다. 진보정당들이 도대체 누구누구와 합친 건지, 혹시 민주당과 통합한 건 아닌지, 심지어 민주노동당은 어디로 간 건지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송두리째 헷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동안 통합 내부 절차를 한다고 국민 홍보에 소홀하기도 했다. 진보정당 쪽이 필요한 재주를 제때 부리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 야권연대가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통합진보당은 총선 단일후보를 만들기 위해 연대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묵묵부답이다. 진보정당이 강하게 반발하는데도 민주당은 석패율제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민주당 사람들이 높은 지지율에 취해 진보정당을 깔아뭉개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여당과 야당은 요즘 국회 의석수와 무관하게 어슷비슷한 지위에서 정치적 경쟁을 하고 있다. 범야권이 2009년 10·28 재보선에서 시작해 2010년 6·2 지방선거, 2011년 4·27, 10·26 재보선 등에서 일대일 구도를 대체로 만들어낸 게 주효한 결과다. 야권연대는 유권자들이 사표를 만들지 않도록 합리적 선택 기회를 보장하는 이점을 입증했다. 진보개혁 정치세력들이 서로 다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절충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민주주의에 긍정적이다.
정치 담당 기자를 여러 해 한 경험으로 볼 때 총선은 결국 51 대 49 승부로 갈 가능성이 많고 야권연대의 필요성은 여전할 것이다. 지금의 야권 상황은 걱정스럽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는 석궁 화살이 부러져 인명 살상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은 게 다행이지만, 야권연대의 기운이 ‘부러져 버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좋지 않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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