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그의 위대함은 스스로의 삶을
바라보는 모습과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일치한 삶을 살았다는 점
바라보는 모습과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일치한 삶을 살았다는 점
“때론 쇼의 최고 장면은 커튼콜이다.” 유명작가 스티븐 킹은 오비추어리, 즉 부고 기사를 쇼가 끝난 뒤 배우들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인사하는 커튼콜에 비유했다.
외국의 유력 언론에서 오비추어리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최고의 기자들이 담당한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부고 기사만을 모아 책으로 발간하며,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마지막 페이지를 한 사람의 부고 기사에 모두 할애한다. 오비추어리는 ‘죽음’이 계기가 되지만, ‘삶’을 조명하는 기사이다.
2011년을 우리는 김근태 고문과 함께 떠나보냈다. 빈소를 찾아 고인의 누님 손을 잡은 것이 가장 가까이서 그를 접한 것의 전부인 내가 그에게 깊은 매력을 갖게 된 것은 실은 ‘사과’에 대한 책과 논문을 준비하면서이다. 정치자금에 대한 양심고백을 한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인이며, 그의 삶은 민주화뿐 아니라 투명성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그의 부고 기사들을 꼼꼼히 읽었다.
“민주화 운동의 큰 별”(<한겨레>), “후원금 너무 걷혔다며 신고한 깨끗한 정치인의 대명사”(<조선일보>), “언론인이 인정한… ‘진정성의 힘’”(<미디어 오늘>), “(정치적 강자의 위치에 섰을 때에도) 단 한 번 정치보복을 추구한 적이 없는”(<뉴욕 타임스>) 등 진보와 보수, 국내와 국외 언론 모두 일관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유일한 부정적(?) 평가가 있기는 하다. 그는 ‘이미지 만들기’에는 서투른 사람이었다.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정치의 절반이 ‘이미지 만들기’이고 나머지 절반은 사람들에게 그 이미지를 믿게 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정치적 ‘이미지 메이킹’에 대해 지적했다.
고문 후유증으로 제대로 소리 높여 연설을 못한 김 고문은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진정성’을 기준으로 줄을 세운다면 그는 가장 앞에 설 정치인이었다.
‘혼자 깨끗한 척한다’고 일부 정치인은 비난했지만, 그는 자신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양심선언을 하고, “정치인들이 ‘집단적 양심고백’을 통해 정치자금 내역을 스스로 밝히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자”며 ‘정치자금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다. 남의 잘못보다 자신의 치부를 먼저 드러냈으며, 문제점만 지적하기보다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온 정치인이었다.
경영사상가 짐 콜린스는 리더십을 다섯 단계로 나누면서 가장 위대한 리더십을 ‘레벨 5 리더십’으로 명명한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카리스마보다는 조용하고 겸손한 태도를 갖추지만, 공적인 일을 추진할 때는 강한 의지력을 갖는다. 나는 레벨 5 리더십을 가진 흔치 않은 정치인으로 단연코 김근태 고문을 꼽는다. 겸손하고 신사적인 성품을 지녔지만, 민주화에 대한 신념 앞에서는 군부독재와 정권 실력자들에게 맞서는 강한 태도를 보여준 정치인이었다.
부고 기사에 나타난 ‘압축된 삶’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는다. 그의 삶은 우리가 2012년 선거를 통해 실천하는 진정성, 개인적인 겸손함, 시민을 위한 희생을 몸으로 보이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는 엄숙한 가르침을 준다. 때론 리더십 워크숍에서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주길 바라는지 생각해보고 자기 묘비문이나 부고 기사를 만들어보는 과제가 주어진다. 김근태 고문이 자신의 부고 기사를 썼더라면? 지난 며칠간 우리가 본 오비추어리와 일치했을 것이다. 그의 위대함은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바라보는 모습과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일치한 삶을 살았다는 점에 있다. 역대 대통령 대다수도 이런 삶을 살지 못했다. 그가 대통령들보다 훨씬 더 큰 감동적인 ‘커튼콜’을 보여주는 이유이다. 김.근.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부고 기사에 나타난 ‘압축된 삶’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는다. 그의 삶은 우리가 2012년 선거를 통해 실천하는 진정성, 개인적인 겸손함, 시민을 위한 희생을 몸으로 보이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는 엄숙한 가르침을 준다. 때론 리더십 워크숍에서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주길 바라는지 생각해보고 자기 묘비문이나 부고 기사를 만들어보는 과제가 주어진다. 김근태 고문이 자신의 부고 기사를 썼더라면? 지난 며칠간 우리가 본 오비추어리와 일치했을 것이다. 그의 위대함은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바라보는 모습과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일치한 삶을 살았다는 점에 있다. 역대 대통령 대다수도 이런 삶을 살지 못했다. 그가 대통령들보다 훨씬 더 큰 감동적인 ‘커튼콜’을 보여주는 이유이다. 김.근.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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