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새해를 맞은 것 같은데, 세밑이라니….” 이즈음 송년회에서는 나이 들수록 시간이 점점 빨리 흐른다는 한탄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어른이 되길 고대하던 10대 땐 시속 10㎞이던 속도가, 40대엔 40㎞, 60대엔 60㎞로 빨라진다는 넋두리다.
무한한 흐름의 연속인 시간을 인위적으로 구분하고 계량화한 이후 인류는 더 시간을 의식하게 됐다. 아이작 뉴턴이 공간과 시간을 실재하는 실체로 규정한 것은 근대 과학의 출발점이다. 측정되는 과학의 시간은 균일하지만, 우리가 지각하는 시간은 그 속도가 주관적이다. <시경>에는 15분가량의 시간이 3년과 같다는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는 표현이 있지만, 예부터 지나온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에 비유됐다.
19세기의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는 1년이란 세월이 10살에겐 인생의 10분의 1로 지각되지만, 50살에겐 50분의 1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다우어 드라이스마는 2001년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를 펴내 궁금증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내놓았다. 시간의 속도가 달리 느껴지는 건 기억을 통해 시간을 인지하는 데서 비롯한다. 과거를 돌아볼 때 망원경으로 멀리 있는 것을 보는 것처럼 사건들이 가깝게 보이기 때문에 시간적 거리가 짧아져 보이는 것을 ‘망원경 효과’라고 부른다. 나이를 많이 먹어도 청춘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현상은 인생의 주요 사건들이 그 시기에 집중된 탓에 생기는 ‘회상 효과’다. 성년, 진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등 처음으로 겪는 기억이 강렬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리학적 연구는 나이가 들수록 생체시계가 느려져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한해가 노루꼬리 끄트머리만 남아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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