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로드니 슐레진저 같은 학자는 정치에 주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권자들이 공공의 가치를 위해 투쟁하는 시기와 사적 이익을 주로 추구하는 시기가 번갈아 찾아온다는 것이다. 가령 미국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끈 뉴딜 시대는 기업의 탐욕을 제한하고 공공성을 강화한 시기다. 트루먼, 존슨 정부 등에서 유권자들은 국가의 공적 기능 팽창에 피로감을 느끼고 사익과 효율성을 찬양하는 레이건 보수 시대를 지지하게 된다. 오바마 시대는 미국 정치의 시계추가 사익에서 공익 중심으로 다시 옮겨온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공적 이상을 추구했고, 이명박 정부는 이에 대한 반동 성격으로 보였다. 한데 이명박 정부가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주기는커녕 되레 피로감만 유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공익 중심의 정치가 되살아나기 쉬울 것이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진정성 정치’ 시대의 도래를 주장하고 있다.(<박근혜 현상>/안병진 외 4명 지음/위즈덤하우스)
신간 <수컷 원숭이는 어떻게 평등주의자가 되었나>(양재원 지음/논형)는 사람들이 이기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한다는 주류 정치학의 기본 전제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대신에 공정성 충동, 공감, 성취감 등의 이타적 본성이 사람들의 주된 정치참여 동기라고 주장한다. 실천적 귀결로는 기업 마케팅을 본뜬 정치설득 전략을 버리고, 양심적인 민주시민 1만명을 조직하자고 제안한다.
이런 정치담론들은 안철수, 문재인, 한명숙씨 등의 인기를 이해하는 데도 유용해 보인다. 마침 이들은 유권자의 사적 이익을 실현해주기보다는 공적 가치를 잘 대변할 듯한 인상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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