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집권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가장 수치스러운 기억이다. 나치당이 민주공화정인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을, 그것도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독일 입법자들은 그 뒤 민주주의를 원용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정당을 더 이상 관용해선 안 된다면서 ‘방어 민주주의’ 개념을 연구한다. 나치 패망 이후 독일 헌법에 위헌정당 해산제도를 도입한 연유다.
독일은 이 제도를 주로 극우 정당의 발호를 막는 데 적용했다. 1951년 서독 연방정부는 사회주의제국당을 나치당의 후계 정당으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도전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정부의 제소를 심사한 헌법재판소는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정당의 위헌성이 확인되면서 그 정당 공천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지방의원들도 자리를 잃었다.
2001년 연방정부는 극우 신나치주의 정당인 독일민족민주당에 대해 다시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이 경우는 미묘한 절차 논쟁이 일어나면서 2003년 심판 정지가 선언됐다. 1956년에는 독일공산당이 헌재 결정으로 해산 처분을 당했다. 독일공산당은 나치즘의 부활과 무관했다. 이런 까닭에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은 두고두고 비판받았다.
한나라당이 최구식 의원 비서의 선관위 누리집 공격 사건 때문에, 최악의 경우 정당해산 처분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중앙선관위는 공격행위를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행위’로 공식 규정했다. 우리 헌법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는 정당은 헌법재판소 심사를 거쳐 해산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번 사건에 당 차원의 연루가 확인되느냐 여부에 따라 처분은 달라진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요즘 “자진 해산 뒤 재창당”을 주장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결과인지, 아니면 강제해산을 피해보려는 또다른 꼼수인지 모르겠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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