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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내곡동 엠비 땅’, 손대지 말고 그냥 둬라 / 박창식

등록 2011-10-20 19:13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국가가 문제의 땅과 관련해 할 일은
진실 규명에 협조하다가 유죄가
될 경우 지분을 몰수하는 것이다
“사저 부지 명의는 대통령 명의로 돌려놓을 수 있고, 경호시설 규모는 축소할 수도 있겠지만 한 덩어리로 구매한 사저와 경호시설 땅값의 정산은 불가능하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이 대통령이 지불한 사저 부지 대금을 국고에서 돌려주고 전체 부지를 국가 소유로 한 뒤 …”

<조선일보>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를 갖고 지난 15일치 사설에서 제시한 해법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그날부터 “사저 재검토”를 외쳤고, 이틀 뒤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은 “사저 재검토”와 “논현동 원래 집으로 돌아갈 뜻”을 밝혔다.

그 뒤 청와대는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 명의로 사들인 땅 대금을 국고에서 돌려주고 전체 부지를 국가 소유로 하는 방안을 흘리면서 여론을 은근히 떠보고 있다. 청와대로선 말썽의 흔적을 하루빨리 지워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른바 ‘내곡동 계획의 백지화’를 완성하려는 게 청와대의 절절한 소망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밝힌다면 이건 결코 답이 아니다. 사저 매입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 편법 행위를 되풀이하는 꼴밖에 안 된다. 그러면 내곡동 땅은 어떻게 처리하는 게 법과 원칙에 맞을까?

간명하다. 이 대통령은 퇴임 뒤 논현동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따라서 청와대 경호처가 매입한 내곡동 땅 2143㎡는 경호처한테 무용지물이 되었다. 경호처는 경호 용도와 무관하게 국유지를 보유할 수 없다. 경호처는 이 땅을 국유재산 전반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로 지체없이 넘겨야 한다. 경호처가 내곡동에서 할 일은 그것으로 끝이다.

이제 경호처는 논현동에 경호시설을 지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내년 회계에서 새로운 예산을 반영해주도록 국회에 요청해야 한다. 올해 내곡동에서 허튼짓을 했다고 내곡동 땅을 팔아 예산을 회수하겠다고? 그건 경호처가 할 일은 전혀 아니다.

그러면 시형씨 땅(463㎡)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건 시형씨가 알아서 할 일이다. 시형씨 앞으로 소유권이 등기된 개인 재산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경호처나 기획재정부, 그 밖의 국가기관이 그 땅을 사주겠다고 나서지 말기 바란다. 국가기관이 아무런 공적 용도 없이 특정 개인의 땅을 매입해준다? 그 개인이 땅의 쓸모가 없어졌고 대출 이자를 갚기도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국가 행정력을 또다시 그릇되게 행사하는 것이다.

시형씨 땅과 관련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이 사건에서 배임 또는 국고손실로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 가족이 국고로 재산을 불리지 않았느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개인 재산인 대통령 사저 땅과 국유시설인 경호시설 터를 한데 묶어 사들이면서 멋대로 비용을 분배했고, 그 결과 시형씨가 시가로 20억원이 넘는(이용섭 민주당 의원의 계산) 땅을 11억2000만원만 치르고 챙겼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현 정권에서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가능성은 솔직히 거의 없다. 하지만 다음 정권에서 재수사를 벌여 관련자들이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 경우 국가는 시형씨 땅의 절반가량을 몰수해야 한다.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을 보면 국고 횡령 또는 배임에서 비롯한 재산을 불법재산으로 인정해 몰수하도록 하고 있다. 제 돈과 국고를 섞어서 불법 재산을 형성했을 경우에는 지분을 나눠서 몰수한다. 시형씨가 11억2000만원을 지불하고 20억원 상당의 땅을 취득한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다면 대략 절반의 땅을 국가가 몰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 나머지 땅? 그건 여전히 시형씨가 알아서 하면 되고 국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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