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기리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기념탑을 높이 쌓거나 큰 무덤을 만들기도 하고 동상을 세우거나 화폐에 새겨넣기도 한다. 그 이름을 도시나 거리에 붙이는가 하면 상도 만든다. 서양에서는 기리는 대상의 이름을 자녀 이름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드러내지만, 동양에서는 직접 호칭을 삼가는 게 귀하게 여기는 방식이라 여겨왔다.
경의를 표하는 방식은 묵념이나 인사법 같은 형태로 사회적 의례화 하기도 하지만, 문화 영역에선 하나의 표현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작가나 음악인들은 작품이나 연주를 헌정하는 방식을, 영화제작자들은 존경하는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나 장면을 자신의 작품에 차용하는 방식을 쓴다. 영화엔 ‘오마주’(Hommage) 기법이 자리잡았다. 1930년대 스페인 내전에 참여한 조지 오웰의 경험을 담은 <카탈루냐 찬가>도 제목 자체가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꾼 공화주의자들에 대한 오마주다.
스포츠에서는 영구결번으로 뛰어난 선수의 명예를 기린다. 지난달 숨진 최동원 선수의 등번호 11번은 프로야구단 롯데에서 영구결번이 되었다. 2006년 숨진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씨의 장례식에선 고인의 생전 행위예술에 대한 오마주로, 참석자들이 옆 사람의 넥타이를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재현하기도 했다.
최근에 경의를 표하는 소박한 방법이 눈에 띄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한 지인의 저자사인회에 줄을 서서 173번 번호표를 받고 한참을 기다려 사인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컴퓨터를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액은 지난 13일 아이폰4에스(S) 출시를 앞둔 애플 매장 앞에서 밤을 새우며 20여 시간을 기다렸다. 제품 출시 때마다 긴 구매대기 줄을 만드는 애플 팬 고유의 방식으로, 먼저 간 동업자에 대한 경의를 드러낸 것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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