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선거 토론에선 젊은 후보가 나이 든 후보보다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감성적 매체인 텔레비전의 특성 때문이다.
범기수 교수(성균관대)는 지난 7일 한국소통학회(회장 이상철 성균관대 교수)가 연 외국의 선거방송 사례 연구 세미나에서 ‘영국 총선 티브이 토론’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2010년 영국 총선에서 제3당에 불과한 자유민주당의 당수가 젊음과 감성적 호소력을 한껏 발휘해 바람을 일으킨 과정을 잘 소개하고 있다.
영국 방송계는 프로그램의 역동성을 최대한 살리도록 토론 형식을 고안했다. 후보자들은 선 채로 토론하도록 했다. 청중들한테 질문을 받아 의제별로 4분씩 자유롭게 상호 공방을 벌이도록 했다.
그 결과 고든 브라운(60) 노동당 당수는 물론이고 데이비드 캐머런(44) 보수당 당수보다도 더 젊은 43살의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당수가 단연 돋보이게 된다. 클레그는 청중을 향해 고개를 길게 빼고 “뒷자리 어느 분이 질문하신 거죠”라고 찾아 일일이 눈을 맞춤으로써 청중과의 정서적 공감을 과시했다. 또한 노동, 보수 두 당을 능란한 화술로 공격해 제3당으로서 차별화를 꾀했다. 브라운 총리는 “나는 클레그 당신 의견에 동의한다”며 수시로 연대를 꾀했으나 클레그는 방송에 잡힐 정도로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손짓을 뿌리쳤다.
효과는 놀라웠다. 클레그는 토론 승리자를 물은 5개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격차로 수위를 휩쓸었고, 결국 정당 득표율에서 약진했다. 이런 결과는 티브이 토론이 유권자한테 정책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민주주의적 소통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이미지 정치를 강화하고 탈정치 흐름을 부추길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요즘 서울시장 보궐선거 티브이 토론이 펼쳐지고 있다. 토론을 보면서 이런 측면도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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