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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한-미 FTA, 세가지 문제와 재재협상 / 이종훈

등록 2011-10-12 19:31수정 2011-11-01 15:12

이종훈 명지대 법대 교수
이종훈 명지대 법대 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되면 전반적으로 우리 국민의 경제적 이익이 심대하게 침해되리라는 우려 속에서, 다음과 같은 세가지 점을 추가로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자본유출입 규제조처 중 일부 규정은 자유무역협정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유출입 규제조처란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외환의 급격한 국내외적 이동을 합리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우리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예외적으로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이 규제조처 가운데 8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외환건전성부담금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그 내용 중 지방은행의 경우 부담금을 50% 감면해준다는 내용이 바로 자유무역협정 13.10조 4항의 ‘차별적 수단’에 해당되어 협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제 민간계약 협상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협상에서 ‘갑’의 지위에 있는 국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을’의 지위에 있는 상대방이 피해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표현을 삽입함으로써 ‘을’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는데, ‘차별적 수단’이라는 표현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자본유출입 규제조처에 대한 실질적인 자율권이 보장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수단’을 언급한 표현은 삭제되어야 하며, 한-일 투자보장협정 18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의 재량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간단명료한 표현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둘째, 한-미 자유무역협정상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는 국가주권 무시, 투기적 투자자에 의한 소송 남발 위험성 등 여러 문제점 말고도 불공정한 의장 중재인 선정 절차라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 협정상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의 의장 중재인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2 대 1의 승패를 가름할 실질적인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선임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협정에는 미국 투자자와 한국 정부가 의장 중재인의 선임에 합의하지 못하면 무조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사무총장을 임명하기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센터는 미국 워싱턴에 있고 현 사무총장도 캐나다 사람인바, 만일 미국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미국 수도에 자리잡고 있어 중립을 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미국과 경제적으로 가까운 사무총장이 있다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따라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양국 정부간 분쟁해결절차를 다룬 22.9조에서처럼, 양국 정부가 동의하는 제3국인 가운데 추첨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에서도 채택하는 것이 그나마 공평하며 우리의 불이익을 더 방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의 의장 중재인 선정 절차는 우리가 매우 불리한 판정을 받을 가능성을 내포한 매우 위험한 조항으로서 개정되어야 한다.

셋째, 자유무역협정상 정본이 한글과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양국어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해석상의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조약법에 관한 빈(비엔나)협약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하나, 이 협약에는 양국 언어가 충돌했을 때 해결하는 원칙은 “조약의 대상과 목적을 고려하여 최선으로 조약문과 조화되는 의미를 채택한다”는 일반문구밖에 없다. 충돌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협정의 정본을 한글로 단일화해야 한다. 이제까지 정부는 한글본도 역시 정본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번역 문제가 나왔을 때 영문본을 한글본에 따라 고치자고 주장하지 못했는가? 형식적으로만 한글본도 정본으로 해놓았지, 영문본에 따라 고치고만 있는 것을 보면, 실질적으로 영문본만 정본인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한글본도 정본이기 때문에 영문본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이제까지 번역을 그렇게 엉망으로 한 것인가? 앞으로 또 한글본과 영문본의 번역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책임지겠는지 그 대답을 듣고 싶다.

전체적인 이익의 균형추가 미국에 기울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매우 불리하다는 이유 말고도, 위에서 언급한 문제가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정부는 무리하게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경시한 처사로서,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요구하여 추가협상도 하였는데, 왜 우리는 국민의 심각한 이익침해를 막기 위하여 추가협상을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는가? 제발 소탐대실하지 말고, 진정으로 국민의 미래를 위하여, 정부는 겸허한 자세로 미국 쪽에 재재협상을 당당하게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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