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그제 성희롱 발언으로 말썽을 빚은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처리하면서 방청객과 취재진을 퇴장시키고 비공개 무기명 투표를 강행했다. 국회는 수상쩍은 의사 진행의 근거로, 국회법 158조를 제시했다. 이 조항은 ‘징계에 관한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되어 있다.
국회 법률정보시스템을 보면 1988년 6월15일 국회법을 3분의 2 이상 큰 폭으로 개정하면서 151조에 ‘징계에 관한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자리잡는다. 그때의 국회법 개정 취지는 1987년 6월항쟁과 헌법 개정을 반영해 국회 기능을 활성화, 민주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국정감사 부활과 청문회 도입에 따른 절차 등이 당시 반영된다.
그 뒤 1991년 5월31일 국회법 개정 때 158조에 ‘윤리심사 및 징계에 관한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로 개정됐다. 이어 1994년 6월28일 ‘윤리심사 및 징계에 관한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바뀌었고, 2010년 5월28일 개정으로 지금의 조항이 자리잡게 된다.
무엇보다 1988년 개정 때 국회 활성화를 외치면서 제 식구를 감싸는 데 쓰일 비공개 조항을 슬며시 끼워넣은 점이 거슬린다. 국회 의결이 있을 때는 공개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뒷날 들어간 것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그나마 의식한 흔적으로 볼 수 있다. 국회 윤리특위 위원인 백원우 의원(민주당)은 그동안 “(강 의원 징계안은)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사”라며 회의 공개를 요구했으나 다른 의원들이 “소신껏 발언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미국 의회는 징계를 위한 회의 모두를 공개한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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