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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한나라당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등록 2011-08-29 19:29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건을 터뜨린 사람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판을 크게 키운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구질구질한 변명으로 스타일을 구긴 사람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다. 외골수 정치인 셋이 힘을 합쳐 한나라당을 벼랑 아래로 힘차게 밀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서울시 주민투표 이후에도 한나라당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세 사람의 인기 때문일까? 그럴 리가 없다.

이런 분석이 가능하다. 한나라당 안에는 이명박, 오세훈, 홍준표만 있는 게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있고, 황우여 원내대표가 있다.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이 있고, 정두언·정태근 의원도 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종종 다른 목소리를 낸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오세훈 전 시장, 홍준표 대표와 각을 세웠다.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목소리가 다양하다는 얘기다. 투표율이 33.3%에 못 미쳤지만 한나라당의 패배로 해석되지 않는 것은 이들 비주류의 존재 때문이다.

지난 3~4년 동안 언론은 ‘한나라당 내부 갈등’을 늘 주요 뉴스로 다뤘다. 그러나 내부에 갈등이 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스펙트럼이 넓다는 뜻이 된다. 문제가 있지만 동시에 자체 치유 능력을 갖췄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선거는 주로 한나라당과 야당이 치렀지만, 정치 현안이나 정책 현안을 둘러싼 대치 전선은 ‘이명박 대 박근혜’ 또는 ‘이명박 대 소장파’로 갈렸다. 한나라당 안에 ‘여당’과 ‘야당’이 있으니, 진짜 야당인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은 존재감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혼합해야 합니다. 주택·의료와 같이 예측이 불가능하거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분야는 선택적 복지로,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해당하는 보육·교육·노인 대책은 보편적 복지로 하되, 소득의 누진성을 강화하는 조세개혁과 불요불급 예산을 줄이고 복지예산을 늘리는 예산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합니다.”

논리가 차분하다. 빈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이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설이나 추석 때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 장귀연의 <권리를 상실한 노동자 비정규직>, 정원오의 <복지국가>, 이런 책들이다. 가끔 그의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 헷갈릴 정도다.

“복지와 관련된 철학과 노선을 정립하는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해야 한다. 무상급식과 관련된 우리 당의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개인에게 끌려다니는 우를 범했다. 경기도가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남경필 최고위원의 29일 발언이다.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은 서울시가 경기도처럼 시·도의회와 타협해 무상급식 문제를 풀었어야 한다고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했다.

<손자병법>에 ‘상산의 뱀’이 나온다. 머리를 치면 꼬리가 공격하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공격한다.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동시에 공격한다. 지금 한나라당은 ‘상산의 뱀’을 닮았다. 1970~80년대 일본 바둑계를 휘어잡은 중국계 린하이펑의 별명은 ‘이중허리’였다. 형세가 기울어 패색이 짙은 판을 뒤집는 데 능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나라당은 이중허리를 가졌다.

한나라당은 1990년 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3당 합당을 해서 탄생한 민자당의 후신이다. 영남 패권주의와 보수주의가 일체화된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수호신’이다. 10년의 공백을 훌쩍 건너뛰고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거의 다시 장악했다. 그런 정당 안에 ‘비주류’나 ‘소장파’라는 이름으로 합리성과 유연성을 갖춘 세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당분간 천하무적이 될 수도 있겠다.

민주당은 뭘 하고 있을까?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서울시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여러 사람이 달려들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질서 질서’를 외치며 만류하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거의 멱살잡이가 벌어졌다. 때마침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건도 터졌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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