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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여론 조작 / 박창식

등록 2011-07-25 18:53

에드워드 버네이스(1891~1995)는 ‘여론 조작(스핀)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국의 홍보 전문가다. 그는 미국의 농업기업인 유나이티드 프루츠사한테서 의뢰를 받고 1950년대 과테말라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는 공작을 벌였다. 그는 좌파 정권의 위험성만을 부각시켜 윤색한 보도자료들을 미국 언론에 제공했다. 주요 신문의 기자와 칼럼니스트를 모아 현지 취재 일정을 짜주고 여행을 금전적으로 후원했다. 심지어 그는 과테말라 정부 지도자들의 언어를 분석한 결과 1만7000개 단어가 소련 선전 메시지와 비슷하더라는 학자들의 조사 결과도 만들어냈다. 그는 정보 조사 전문가를 현지에 풀어 첩보망까지 가동했다.

그 결과 미국 여론은 급격하게 과테말라 정권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1954년 6월 망명 인사인 카를로스 카스티요 아르마스가 미국 중앙정보국이 훈련시킨 200명을 이끌고 온두라스 쪽에서 국경을 넘었다. 버네이스는 이들을 ‘자유의 군인’이라고 일컬었다. 중앙정보국이 공중공격을 지원한 이 침공으로 과테말라에는 아르마스가 이끄는 친미 군사정권이 들어섰다.

1960년대가 되자 버네이스는 베트남 정부를 위한 홍보 자문을 했다. 베트남 정부가 ‘동남아시아에서 공산주의에 대항한 방파제’임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활동 기법은 과테말라 때와 비슷했다. 그런데 1970년대 들어 미국에서 반전 여론이 높아지자 그는 재빨리 편을 바꾸기도 했다. 그는 인도차이나에서 전쟁을 막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겨냥한 책을 쓰자고 제안했다. 종잡기 어렵지만 워낙 여론에 민감한 사람인 까닭에 가능한 행보였다.

부산시와 부산 영도구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반대하는 펼침막을 일선 주민자치센터에 걸고 주민 서명운동도 벌이도록 했다. 그릇될뿐더러 어설픈 여론조작을 지방 관청이 흉내 내고 있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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