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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야권통합 무대에 손학규가 없다 / 박창식

등록 2011-07-19 18:58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야권통합 무대에 제1야당 대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지 않는다면
통합의 진정성을 어디에서 찾을까
“손학규, 다시 현장으로” … ‘민생 진보’ 구현 2차 희망대장정 나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동고동락 민생실천 프로그램’이란 이름을 붙여 현장 탐방을 시작한다는 며칠 전 <경향신문> 기사 제목이다. 손학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함께 민생현장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떤 느낌이 드냐고? 별로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제1야당 대표가 정말로 중요한 일은 제쳐놓고 자잘한 일정에 매달린다는 느낌이 앞선다.

그가 이러는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그는 4대강 사업 저지에 몸을 던져야 했다. 그때는 범진보개혁 차원에서 이 사업의 집행을 막아볼 만한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였다. 실제로 김두관·안희정 등 야권 도지사들은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는 데 맞서 한껏 싸웠다. 그러다가 상처도 입었다. 사실 그 투쟁은 지방정부보다는 제1야당이 앞장서는 게 옳았다. 여건도 나쁘지 않았다. 시민들의 지지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가톨릭과 불교계는 성당, 사찰마다 펼침막을 내걸고 매주 미사와 법회를 열어 시민들의 관심을 일깨웠다.

그 무렵 손학규가 이 일에 승부를 걸었다면, 명동성당이든 여주 이포보든 거적을 깔고 앉아 현장 거점을 만들고 끈덕지게 외치고 버텼다면, 많은 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연말 국회에서 4대강 예산을 함부로 날치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손학규에 대한 시민들의 신망도 훨씬 두터워졌을 것이다.

그 일은 제1야당 대표가 짊어질 시대의 임무이자, 자신의 진정성을 강렬하게 보여줄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그것을 그냥 넘기고 말았다. 연말 국회에서 날치기를 당하고 나서야 그는 뒷북치는 격으로 지방 순회 원외투쟁을 했다.

지금 제1야당 대표한테 부과되는 시대적 요구는 무엇일까? 그건 당연히 야권 통합(통합은 합당을 말한다. 합당이 안 되면 연대도 좋다)이다. 범진보개혁 세력의 힘을 모아 내년 총선에서부터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진짜로 대통합을 바란다면, 지금 그는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 지도자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녀야 한다. 그리고 대통합을 위한 협상과 토론을 앞장서 요구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에도 당신들만의 소통합에 안주할 생각을 버리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당 내부 토론을 조직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이념이 다르다는 둥 여러모로 둘러대지만 실은 기득권, 즉 공천 지분을 내주기 싫어서다. 과거 김대중 시절에는 상대 정파의 세가 약해도 50 대 50 비율로 호기롭게 지분을 넘기면서 야당 통합을 성사시켰다. 제왕적 당권을 토대로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그럴 수는 없다. 훨씬 지루한 토론과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 대표의 신속한 행동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지금 야권통합의 무대 어디에도 손학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에선 원외 486 인사인 이인영 최고위원이 야권통합특위 위원장 자격으로 돌아다니지만, 무게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야권통합은 대표가 나서도 믿음을 살 둥 말 둥 한 일이다. 실제로 논의의 마당이 잘 서지도 않는다. 민주당이 11월 전당대회 국면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통합 노력을 해봤다는 알리바이나 만들어두려 한다고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4·27 재보선 승리 뒤 반짝 상승했던 손학규의 지지율이 최근 한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안목은 단순하면서도 정직하다. 정치 지도자는 위험과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시대가 요청하는 과제와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것을 피하는 사람을 지도자로 기억해주는 법은 없다.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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