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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강희가 필요해!

등록 2011-05-30 20:26수정 2011-05-31 13:39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자네가 틀렸네.” 2004년 어느 날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코치와 마주앉았다. 당시 나는 한 미국계 컨설팅사의 경영을 맡게 되면서 리더십 개발을 위해 코치를 고용해 3년간 도움을 받았다. 그는 나를 잘 알 만한 직장 선후배, 동료, 친구와 가족 등에게 나에 대한 긴 설문조사를 했다. 남들이 바라보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조사한 것이다. 그리고 같은 설문으로 나도 나에 대한 평가를 했다.

다른 사람들과 내가 보는 나 사이에는 확실히 격차가 있었다. 그 결과 중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물론 있었다. 코치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역시 남들은 날 잘 몰라요….” 그러자 내가 틀렸다고 코치가 이야기한 것이다.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멍했다. 그럼 남들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본다. 만약 외모를 비추는 거울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인류의 패션감각은 한참 뒤졌을 것이고,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얼굴이나 옷에 뭔가를 묻히고 다녔을 것이다. 거울은 나의 외모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경이로운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거울은 외모가 아닌 평소 나의 말이나 태도,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비춰줄 수 없다. 그런 ‘특별한 거울’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다른 사람의 ‘솔직한 피드백’에 있다. 이 칼럼이 독자들에게 재미있고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의 해답은 저자가 아닌 독자의 마음속에 있다. 평소 직장과 사회에서 나의 말과 행동이 주위 동료나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그들의 솔직한 피드백이 바로 ‘특별한 거울’이 된다. 문제는 진실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 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 아닌가! 게다가 상사나 선배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나의 코치가 실시한 조사 역시 무기명이었기에 그나마 솔직한 피드백이 가능했다.

아쉽게도 매번 이런 조사를 하기는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절친’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진정한 친구는 나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지적해 준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리더십 코치라는 마셜 골드스미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에 대한) 진실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서 나온다”고.

경영자가 되면서 들었던 조언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다. “사장이 직원들 앞에서 농담했을 때 직원들이 웃는다고 절대 당신이 웃겼다고 생각하지 마라!” 자신의 승진과 연봉을 책임지고 있는 사장이 농담을 던지는데 안 웃어줄 직원이 어디 있을까? 힘 있는 자리로 갈수록 솔직하지 않은 피드백으로 둘러싸이기 마련이다.

상대방이 잘한 점에 대해 샘내지 않고 기꺼이 기뻐해주고,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충고해줄 수 있는 진정한 친구나 멘토의 존재는 삶이나 경력 개발에서 절대적이다.

내게는 강희가 그런 존재이다. 삼십년 넘은 이 친구는 내게 ‘애정 어린 욕’을 하는 친구이다. 폭식과 게으름으로 내 몸이 불어갈 때에는 몇 달을 ‘귀찮게’ 해서 결국은 1년째 운동을 해오게 만들었고, 지난주에는 13주 뜀박질 프로그램으로 나를 또다시 ‘들볶았다’. 때론 내가 고해성사를 할 수 있는 신부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때론 넋두리를 들어주는 상담가이기도 하다.


얼마 전 대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달라고 요청이 왔다. 그 자리에 가면 이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친구,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춰줄 수 있는 친구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그래서 내겐 ‘강희’가 필요하다고!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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