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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조중동 종편을 취소한다는 공약 / 박창식

등록 2011-05-05 19:53수정 2011-05-06 10:50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야4당은 4·27 재보궐선거 정책연합 합의문을 통해 “조중동 종편 방송 취소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선거에 이겼다. 이로써 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을 놓고 여당과 겨뤄볼 나름의 출발점을 만들었다. 이 공약을 현실감 있게 주목해도 좋은 이유다.

취소하는 방안은? 법이 명료하게 규정해 놓았다. 방송법에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은 5년마다 재허가 심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그 기준이다. 조선·중앙·동아·매경 종편이 2011년에 허가를 받았으니 2016년에 첫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때 가서 법대로 하면 된다. 물론 2012년에 정권이 바뀌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지금의 최시중 위원장 체제와는 전혀 다르게, 공정하게 재구성된다는 게 기본 전제다.

사실 재허가 취소 사유는 널려 있다. 조중동 방송은 미디어 법률의 입법절차상 흠결을 바로잡지 않은 채 출범했다. 허가와 설립 과정에도 특혜와 불공정거래 시빗거리가 잔뜩 나왔다. 그리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내년에 시작할 본방송이 편성의 공공성을 해칠 가능성도 다분하다. 야4당은 4·27 합의문을 통해 종편 사업자 선정 과정의 위법·반칙·특혜 사례에 대한 국정조사도 공약했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국정조사부터 해둘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막강한 방송사 허가를 어떻게 취소하느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례가 있다. 경인방송(iTV)은 재허가 추천을 거부당하고 2005년 1월부터 방송을 중단했다. 에스비에스와 강원민방, 전주방송, 광주방송도 재허가 추천이 한동안 보류됐다. 에스비에스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받고 보완조처를 한 다음에 가까스로 재허가를 받았다.

조중동 종편 취소 공약은 사실 민감한 문제다. 무엇보다 조중동이 불온시할 것이다. 가령 부유세나 보편적 복지 문제는 마음대로 떠들어라, 그러나 이 문제만큼은 입을 다물어주기 바란다… 이런 식으로 금지선을 설정할지 모른다. 이번 4·27 정책연합 합의문을 채택할 때도 정당별로 온도가 달랐다고 한다. 진보정당들이 “조중동 종편 취소”를 못박자고 했는데 민주당 손학규 대표 쪽에서 화들짝 놀라면서 부담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노동당이 정책연합 이탈을 위협했고 시민사회 쪽이 중재에 나서 지금의 문안으로 절충했다고 한다.

앞으로 관심사는 야권이 이 쟁점을 어떻게 공론화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느냐이다. 내년 총선, 대선 정책연합 단계에서 논의를 한 걸음씩 구체화해 나가는 게 중요할 것이다. 어떤 정치인들이 이 쟁점을 자신의 깃발로 삼고 나서느냐에 따라서도 판도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후보가 되기 훨씬 전부터 안티 조선 깃발을 들었다. 이로써 지지자들을 폭발적으로 규합해 대통령까지 되었다. 비화 한 토막이다. 그는 2003년 초 당선자 시절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주치의가 회복을 위해 당분간 허리를 굽히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농반진반으로 “그러면 조선일보사 앞에 가서 서있으면 되겠네요”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권력 문제를 거리낌없이, 유쾌하게 자신의 의제로 삼았고 그 덕도 톡톡히 봤다.

2007년 대선 때와 달리 2012년에는 진보개혁 담론의 새로운 고조기가 찾아올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복지정책을 맹렬히 파고드는 것도 이런 흐름을 읽은 결과다. 조중동 종편 취소 공약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쉬울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매력을 느끼며 모여들 가능성이 있다. 보수언론의 천안함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야당한테 승리를 안긴 6·2 지방선거, 그리고 이번 4·27 재보선에서 변화의 동력은 젊은이들로부터 나왔다. 2012년 대선 화두는 흔히 ‘더 많은 복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평화’로 압축된다. 언론 문제는 이 가운데 젊은이들이 특히 심각하게 느끼는 ‘더 많은 민주주의’의 핵심 고리이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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