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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재보선 뒤의 손학규, 그리고 유시민 / 김이택

등록 2011-04-28 19:58

김이택 논설위원
김이택 논설위원
“국내외의 유력한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대부분 A후보 45%, B후보 35%, 그리고 C후보가 20%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그런데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고 보니 B후보가 득표율 50%로 당선됐다. 여론조사에서 C후보를 지지한 유권자 대다수는 B후보를 ‘차선의 후보’로 여기고 A후보는 절대로 당선되면 안 될 ‘최악의 후보’라고 생각한다면…투표장에 가서는 B후보를 찍어주게 된다.” 따라서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덜한 ‘제3후보’를 내세우라고 A후보 쪽에 권유하는 것으로 이 글은 끝난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에 대한 ‘거부감’이 크니 ‘제3의 후보’를 내세우자는 주장들이 적잖았다. 당시 독일 유학중이던 30대 청년 유시민은 <97대선 게임의 법칙>이란 책을 통해 당돌하게 김 총재의 양보를 권했다.

이번 경남 김해을 재보선 패배 뒤 국민참여당 대표 유시민이 트위터에 “…큰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썼다는 소식을 듣고 14년 전 그의 글이 떠올랐다.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국민참여당 후보가 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민주당 쪽이 별로 도와주지 않은 탓도 있고, 후보자 개인의 역량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지사 선거에 이어 두 차례나 ‘유시민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패한 이상 유시민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정치는 신념윤리가 아니라 결과에 책임을 지려는 윤리의식의 산물이라고 했듯이, 이번 선거 결과는 그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선거 전 ‘지지율 확장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피라미가 월척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피해갔지만, 다시 그 질문이 그의 정면에 던져졌다. 야권 지지층이, 그가 바로 호감도 못지않게 거부감이 큰 ‘A후보’가 아니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는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유시민의 건너편에는 손학규가 서 있다. 그는 4·27 재보선 최고의 승자다. 보수의 아성이라는 경기 분당에서, 출마 선언 한달여 만에, 15년 토박이라는 전직 여당 대표를 큰 표차로 꺾었다. ‘굴러온 돌’이란 꼬리표를 떼고 야당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유시민과의 경쟁에서도 훌쩍 앞서 나갈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그의 대선 가도는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다. 재보선 뒤의 여론조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박근혜가 최근까지 부동의 지지율 1위로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격차를 따라잡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구나 이번 재보선의 여당 참패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실정과 무능 탓이지 박근혜의 잘못은 아니다. 이제부터 비로소 손학규의 경쟁 상대는 이명박이 아니라 박근혜가 되는 것이다.

손학규는 유시민과 반대로 대중적 ‘거부감’이 적은 반면 적극적인 지지층도 적다. ‘차선의 B후보’가 될 수도, ‘당선권 밖의 C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야당 지지층은 아직 그를 진보개혁 진영의 적자로 인정하기를 주저한다. 재보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그가 거쳐야 할 관문이 남아있는 까닭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지지층은 야당에 좀더 선명한 노선과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무상복지’ 정책을 내실화하고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는 것은 물론, 비정규직 해법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 등에 대해서도 그의 답변이 필요하다. 특히 1기 방통위원 인사에 실패한 뒤 그의 언론관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당 안팎에 엄존한다. 마침 재보선 직전 야 4당이 발표한 정책연합선언에는 보수언론의 종편방송을 저지하겠다는 대목이 들어 있다. 그의 정체성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보수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그의 중도주의가 힘을 발휘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중들은 보수정당에 14년 몸담았던 그의 중도주의가 과연 누구 편인지를 여전히 알고 싶어한다. 총선, 대선까지 야권연대를 이끌어 나가려면 그의 분명한 선택과 처신이 필요하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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