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1. 손학규
“행복한 변화, 분당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확성기를 설치한 유세차가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손학규 대표는 흰 장갑을 낀 손을 주민들에게 흔들어 인사했다. 아침을 걸렀는데도 얼굴에 화기가 돌고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유세 도중 마주친 이곳 주민 중에는 박준병 전 민정당 사무총장도 있었다. 그는 손 대표에게 “자 파이팅”이라고 했다. 덕담일까, 진심일까?
25일 아침 분당 구미동 무지개마을에서 만난 손학규 대표는 이번 선거를 확실히 즐기고 있었다. 분당을 주택가 곳곳에는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의 유세 펼침막도 걸려 있었다.
“차분히 생각해 주십시오. 그래도 한나라당 강재섭입니다.”
차분히 생각해 달라!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이곳 유권자들의 보수 성향 표심을 꿰뚫기 위한 맞춤형 호소다. 누가 당선될까? 어쨌든 이번 4·27 재보선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손학규 대표다. 그는 이미 정치적으로 승리했다. 손학규 대표는 3월30일 출마선언 이후 순식간에 정치 뉴스의 한복판에 진입했다. 거의 한달 동안 모든 언론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뉴스로 전하고 있다. ‘이명박 대 박근혜’의 대결로 치닫던 정치 지형을, ‘엠비정권 대 야권연대’의 대결로 바꾸어 냈다.
이번 재보선에서 그가 당선되면 민주당과 야권에는 속된 표현으로 ‘대박’이 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낙선하면? 별일 없다.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재보선 이전으로 되돌아갈 뿐이다. 정치란 본래 그런 것이다. 성과는 언제나 도전하는 자의 몫이다.
손학규 대표는 선거 뒤에 오히려 더 할 일이 많다. 민주당 개혁특위에서 마련한 개혁안을 확정해야 한다. 야권통합 협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2. 이재오 4·27 재보선에는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이 있다. 막판에 떠올랐다.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특임장관실의 신용갑 시민사회팀장은 김해을에서 유권자들과 접촉하고 그 내용을 수첩에 기록했다.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어긴 것이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재오 장관은 대변인을 통해 “지시하지 않았고 파견하지도 않았다”고 발뺌만 하고 있다. 조직을 총괄하고 부하들의 허물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비겁한 태도다. 그는 25일 밤 트위터에 짧은 글 한 토막을 올렸다. “JOY 단상.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옛 시조에서.” JOY는 이재오 장관이 스스로를 부르는 호칭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이번 사건을 폭로한 야당은 ‘까마귀’가 된다. 이 장관 자신은 죄가 없는 순수한 ‘백로’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 같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자처하고 역공에 나서는 정치적 술수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사용했다. 3당 합당 뒤 내각제 합의 각서가 폭로되자 음모론으로 맞섰다. 초원복국집 사건의 본질을 지역감정 유발에서 불법도청으로 뒤집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술은 이재오 장관도 능하다. 그는 2006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대표에게 패배한 뒤 결과에 불복하고 순천 선암사로 내려갔다. 전당대회 승자는 강재섭이었지만 뉴스의 초점은 패자 이재오와 그의 당 복귀 여부였다. 이해는 간다.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였다. 이재오 장관은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이런 모습에 분노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특임장관실의 선거 개입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더구나 꼬리가 잡혔는데 엉뚱하게 ‘까마귀’와 ‘백로’ 운운하며 본말을 뒤집으려는 것은 더더욱 옳지 않다. 정치인은 위기를 넘기기 위해 꾀를 내지만, 가끔은 바로 그 꾀가 정치인을 몰락시키기도 한다. 이재오 장관의 행태가 지금 딱 그렇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2. 이재오 4·27 재보선에는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이 있다. 막판에 떠올랐다.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특임장관실의 신용갑 시민사회팀장은 김해을에서 유권자들과 접촉하고 그 내용을 수첩에 기록했다.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어긴 것이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재오 장관은 대변인을 통해 “지시하지 않았고 파견하지도 않았다”고 발뺌만 하고 있다. 조직을 총괄하고 부하들의 허물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비겁한 태도다. 그는 25일 밤 트위터에 짧은 글 한 토막을 올렸다. “JOY 단상.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옛 시조에서.” JOY는 이재오 장관이 스스로를 부르는 호칭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이번 사건을 폭로한 야당은 ‘까마귀’가 된다. 이 장관 자신은 죄가 없는 순수한 ‘백로’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 같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자처하고 역공에 나서는 정치적 술수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사용했다. 3당 합당 뒤 내각제 합의 각서가 폭로되자 음모론으로 맞섰다. 초원복국집 사건의 본질을 지역감정 유발에서 불법도청으로 뒤집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술은 이재오 장관도 능하다. 그는 2006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대표에게 패배한 뒤 결과에 불복하고 순천 선암사로 내려갔다. 전당대회 승자는 강재섭이었지만 뉴스의 초점은 패자 이재오와 그의 당 복귀 여부였다. 이해는 간다.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였다. 이재오 장관은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이런 모습에 분노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특임장관실의 선거 개입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더구나 꼬리가 잡혔는데 엉뚱하게 ‘까마귀’와 ‘백로’ 운운하며 본말을 뒤집으려는 것은 더더욱 옳지 않다. 정치인은 위기를 넘기기 위해 꾀를 내지만, 가끔은 바로 그 꾀가 정치인을 몰락시키기도 한다. 이재오 장관의 행태가 지금 딱 그렇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연재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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