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논설위원
철학자인 김용석 영산대 교수는 저서 <두 글자의 철학>에서 모욕은 사회적 배제의 전략이라고 짚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언제 가장 모욕을 느끼는가 물으면 대개 ‘웃음거리가 될 때’라고 답한다. 웃음거리가 된다는 것은 모욕을 당하는 순간 자신에게 모욕을 주는 사람 외에 다른 시선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욕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상대를 사회에서 배제해 모멸감의 정도를 상승시키고 결국 모욕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미 차별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그 차별을 부각시키는 것은 이중의 사회적 배제로, 더욱 심한 모욕이 된다. 가령 장애인, 빈곤층 사람들, 학벌이 낮은 사람들은 차별로써 모욕을 받아왔다. 만일 그 사람들을 놀림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배제된 상태임을 확인하면서 다시 한번 참담하게 배제하는 것이 된다.
모욕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괴로운 일이지만 그런 상황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선 ‘웃음’이 나온다. 가령 상사가 부하를 공개적으로 야단칠 때 당하는 사람은 모욕을 느끼지만 다른 직원들은 웃음을 억누르며 키득거린다. 모욕과 웃음이 일정한 관련성을 지닌 것이다. 철학자 베르그송은 웃음은 모욕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베르그송의 웃음 이론은 사회 주류가 일탈행위자를 경고하기 위해 웃음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설명한다.
얼마 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국회에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다루던 와중에, 농고 출신의 ‘정통 농민’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한테 “공부 좀 하고 이야기하라”고 훈계했다. 정부 관료가 국회의원한테 공개적으로 ‘공부 부족’을 지적했으니 이만저만한 모욕이 아니다. 게다가 농민들의 세상살이 경쟁력이 뒤진다고 얕잡아보는 마음도 묻어나는 듯해, 그의 모욕은 더욱 치명적이고 부적절했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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