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발표된 ‘새로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만리장성과 콜로세움 등이 뽑혔다. 인터넷과 전화, 문자메시지로 접수한 전세계 원격투표의 결과였다. 주최 쪽은 전체 투표수가 1억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복수 투표를 허용한 가운데 굵직굵직한 문화재를 가진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브라질(예수상)에선 통신사들이 ‘무료 투표’ 서비스를 제공했고, 페루(마추픽추)에선 정부가 홍보에 나섰다. 왕비가 앞장섰던 요르단(페트라)은 전체 국민 수의 두 배만큼 득표한 것으로 알려졌고, 인도에선 막판에 누리꾼들이 몰려들어 타지마할의 순위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객관적인 문화재 선정이라기보단, 투표 횟수를 무제한으로 허용한 환경에서 이뤄진 사실상 ‘세계 클릭 경진대회’였다.
발표 한 달 전부터 “우리와 관계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던 유네스코는 “이번 투표 결과는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사람들의 의견만을 반영할 뿐, 전세계를 대표할 수 없다. (이 행사가) 문화재의 보존 문제에서도 의미있거나 지속가능한 방식의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 의미를 깎아내렸다.
이를 주최한 곳이 ‘뉴세븐원더스 재단’, 제주도가 맹추진중인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주관하는 바로 그 단체다. 현재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위원장 정운찬)가 꾸려져 연예인과 더불어 각종 투표 방법을 알리고 다니고 있다. 이번에도 방식은 인터넷과 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원격투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 행사를 ‘국가 어젠다’로 선언하고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지원에 나선 가운데, 농협은 △매일 3명 투표 동참시키기 △회의 때 전화투표하기 △1주일에 한 번 투표하기 등 실천사항도 만들었다고 한다.
제주의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해 세상에 널리 알릴 하고많은 수단 가운데, 정부가 택한 것은 온 국민의 ‘클릭질’이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인터넷 투표에서 김연아를 3위에 올려놓은 누리꾼들의 저력을 아마도 굳게 믿는가 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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