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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손학규, 분당에 몸을 던져라 / 박창식

등록 2011-03-24 19:36수정 2011-03-24 20:22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정말 꼴불견이다. 그제 민주당의 대표특보단 간사라는 신학용 의원의 행동 말이다. 손학규 대표가 4·27 재보궐선거 때 분당을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첫째 논거로 “분당은 경기도의 강남이라 진보진영은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분당에는 누가 나가도 안 된다는 거다. 그래, 어렵다고 치자. 그러면 민주당은 어떻게 할 건데? 민주당은 분당을에 내세울 다른 후보자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손 대표가 가장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서 ‘나가 보시라’는 것 아닌가. 그것도 당내 라이벌이 아니라 손 대표를 도와온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이 주장하고 있으니 손 대표를 흔들어보자는 이야기도 아닐 터다.

그런데도 못하겠다고 한다? 비겁하기 짝이 없다. 신 의원 자신뿐 아니라, 그의 서울대 정치학과 선배이며 정치적 보스인 손 대표를 욕보이는 행동이다. 4·27 재보선 판이 열리기도 전에 ‘제1야당 능력 없음’을 만천하에 고백하는 꼴이다.

결론부터 밝히겠다. 손 대표는 분당을에 나가야 한다. 첫째로, 공적 명분이 그걸 요구한다. 손 대표가 출마한다면 4·27 재보선은 단번에 이명박 대 손학규 구도로 짜일 것이다. 구제역, 전세대란, 물가고, 국정원의 일탈행위 등 이명박 정부의 부실한 국정운영에서 비롯한 문제들이 잔뜩 쌓여 있다. 그런데 일본 지진과 리비아 사태 등에 묻혀 책임소재와 해결책이 충분히 토론되지 않고 있다. 손 대표의 출마는 이런 상황을 바꿔놓을 것이다. 실정을 심판하고 국정 개선 방향을 찾아본다는 선거 본연의 취지를 살리게 될 것이다.

손 대표가 나서면 선거국면의 관심은 분당을로 집중될 것이다. 굳이 다른 지역으로 지원유세를 다닐 필요 없이, 여기서 뛰는 것만으로 범야권의 4·27 재보궐선거 전체를 지휘하는 효과가 날 것이다.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의욕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분당을 출마는 그의 개인적 유불리를 떠나 제1야당 대표로서 당연히 짊어져야 할 책무다.

둘째로, 손 대표 개인적으로도 야당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끌어올리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옮겨왔다는 원죄를 안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게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한테 뒤져 3등으로 밀려나자 몸담아온 정치집단을 뛰쳐나왔다는 게 그의 원죄다.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이건 지도자한테 작지 않은 흠이다. 분당 출마는 손 대표가 나쁜 인상을 불식할 절호의 기회다.

신학용 의원을 비롯해 손 대표의 측근들은 이야기한다. “분당은 어려운 곳이다. 떨어지게 되어 있다. 거기서 떨어지면 손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장이다.” 분당이 민주당한테 쉽지 않은 선거구인 것은 맞다. 하지만 민심은 수시로 바뀐다. 민주당의 이재명 성남시장은 분당에서 한나라당 후보한테 고작 6% 뒤졌다. 주민자치센터 폭언 파문을 빚은 이숙정 시의원은 분당갑의 한 선거구에서 ‘민주노동당 간판’으로 당선됐다. 지레 겁먹을 일이 아니다.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다고 정치생명이 끝장나나? 아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보라. 18대 총선에선 대구에서 떨어지고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떨어졌다. 끝장나기는커녕 현재 범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다. 잘만 나가고 있다. 붙고 떨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과정에 참여하느냐가 중요한 거다.

큰 정치인은 늘 명분과 가치를 중심으로 몸을 던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감정 타파와 국민통합을 위해 부산에 거듭 출마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나라의 민주화에 헌신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목숨을 건 단식으로 민주화를 앞당겼다고 자랑한다. 시민들이 이들을 기억하고 평가하는 것은 이들이 대의 앞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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