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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트위터 브리핑] 정부가 매몰지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이유 / 김외현

등록 2011-03-03 20:08수정 2011-03-03 20:16

이 주의 리트위트 (RT)
이 주의 리트위트 (RT)
10여년 전 캐나다의 광산회사 골드코프는 채굴하던 금광이 고갈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새 광맥을 못 찾으면 머지않아 파산할 판이었다. 경영진은 회사가 보유한 광산의 지질 자료를 모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컴퓨터 운영체제(OS)인 리눅스의 ‘오픈 소스’ 방식에 착안한 것이었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운영체제를 만들어 코드를 공개하고, 여기에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기여한 결과가 곧 리눅스다. 골드코프도 과거 50년 이상 축적한 자료를 과감히 공개하면, 회사가 자력으로 못 이뤘던 성과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었다.

우려가 많았다. 자고로 광맥 발견은 비밀스러워야 하기에, 보유한 자료는 ‘재산’이란 생각이었다. 경영진은 이를 뿌리치고 2000년 3월 ‘골드코프 챌린지’라는 현상 공모전을 열었다. 광산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큰 상금을 걸었다. 그러자 세계 곳곳의 지질학자들, 컨설턴트, 수학자, 군인 등이 모여들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컴퓨터그래픽과 고급물리학, 인공지능 등을 동원해 새로운 금맥 후보지를 여럿 제시했다. 절반은 회사가 예측하지 못한 곳들이었다. 제시된 후보지 가운데 80% 이상에서 상당량의 금이 나왔다. 대성공이었다. 골드코프는 급속한 성장가도에 올랐고, ‘집단지성’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

최근 국내에 비슷한 시도가 있다. 인터넷을 통한 협업으로 구제역 매몰지 지도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상금도 필요 없다. 혹시라도 마실 물에서 생매장된 소·돼지의 절규가 들리진 않을까 하는 범국민적 공포가 동력이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데, 정부가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부는 정확한 매몰지 주소, 매몰 일시 및 규모, 그리고 상수원과 지하수 위치를 공개하면 된다. 자료만 충분하다면 일반 국민들이 참고할 뿐 아니라 각계 전문가들이 대책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해당 지역 땅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공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태반은 농민이 아닌 땅 주인의 땅값 걱정과 온 국민의 물 걱정을 어찌 견줄 수 있나.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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