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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레임덕

등록 2011-01-16 21:00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대통령이 임기 종반에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현상을,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에 비유해 레임덕이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미국 남북전쟁 때부터 사용되었다. 186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노예 폐지론자인 링컨이 당선되자 노스캐롤라이나 등 남부 주들이 연방 탈퇴를 선언했다. 심각한 위기상황인데도 당시 대통령인 뷰캐넌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못했고 결국 참혹한 남북전쟁이 일어나고 말았다.

‘레임덕 대통령’이 권한에 집착해 무리하게 권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1801년 미국 존 애덤스 대통령은 후임 제퍼슨 대통령의 취임 전날 연방판사 42명을 자파 인사로 임명했다. 새 정부의 제임스 매디슨 국무장관은 전임자의 책상 서랍에서 이들의 임명장을 발견하고 분개했다. 매디슨은 임명장을 교부하지 않고 무효처리해버렸다. 그러자 마베리 등 4명이 임명장을 교부해달라면서 법원에 소송을 낸 게, 헌법재판의 효시로 꼽히는 ‘마베리 대 매디슨 사건’이다. 연방대법원은 헌법 위반이라며 마베리의 청구를 기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두환 대통령이 임기 종료 두달 전인 1987년 12월 수방사령관과 보안사령관에 자신의 충복으로 알려진 김진영 중장과 최평욱 중장을 각각 임명했다. 물러나는 대통령이 군부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 부적절한 인사로 논란을 빚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경부고속전철 사업과 영종도 신공항 사업 등 초대형 국책사업을 임기 말에 결정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현실화할 듯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까지 다 채우고 일하고 떠나겠다”며 완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한 국정 책임감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겸허한 자세보다는 갈수록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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