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리트위트
“오늘 하루의 시작은 강남 클럽 흰티녀.”
지난 1일 삼성전자 사원 ㅇ씨는 위 제목의 전자우편을 팀 동료에게 보내며, 클럽 파티 사진 다섯장을 첨부했다. 사진 속 젊은 여성들 중에서도 흰 티셔츠를 입은 이가 유난히 돋보여 뭇 남성의 눈을 끌 만했다. 각종 파티 일정과 사진을 공유하는 웹사이트 이름이 새겨진, ‘퍼온’ 사진이었다. 메일을 받은 동료는 이를 다른 팀의 동료에게 전달했고, 여기서 네 명의 손을 거친 뒤 다른 계열사로까지 전해졌다. 곧이어 삼성그룹 너머 다른 회사에도 전파됐고, 이즈음부터 수신자들이 적게는 너덧명, 많게는 몇십명의 지인들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메일은 유행처럼 수많은 직장인의 우편함으로 확산했고, 한달이 된 지금도 계속 유통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전달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양 원본과 경로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재전송했다. 그래서 처음에 메일을 보낸 ㅇ씨의 신원도 지워지지 않았고, 각 단계에서 받은 사람이 누구며 그가 언제 누구에게 다시 보냈는지도 고스란히 남았다. 수신자와 발신자가 원체 많아 판본이 꽤 다양해진 가운데, 지난주 유통된 한 판본은 70여차례의 전달을 거친 상태였다. 메일 주소나 ‘서명’에 나타난 주고받은 이들의 면면은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지에스, 두산, 효성, 대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컨설팅회사 및 회계법인 직원들이었다. 전달 과정에서 제목은 ‘흰 티’를 거쳐 ‘강남 클럽 흰티’로 바뀌었다. 남성적인 ‘엿보기’에서 여성은 배제되지 않았을까 추측했지만, 확산 작업에 참여한 여성 몇몇이 눈에 띄기도 했다.
아마도 이 메일을 접하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대기업 남성들은 ‘그들만의 농지거리 리그’마저 따로 있나 싶기도 하다. 세상은 결국 ‘강남 클럽 흰티’ 메일을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으로 나누어졌다. 주변에 그런 메일을 전해줄 만한 지인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구분이기도 하다. 내가 누구를 아는지가 내가 무엇을 알게 되는지를 결정짓는, 이른바 ‘소셜 미디어’의 본질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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