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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트위터브리핑] 다사다난의 기록 / 김외현

등록 2010-12-23 21:01


서양에선 연하장에 ‘가족 소식지’를 함께 보내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카드 한 장만 보내는 게 아니라 지난 한 해 각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보냈는지 편지를 적어 동봉하는 풍습이다. 영어로 ‘크리스마스 레터’라고도 부르는 이 편지는, 이를테면 ‘우리 가족 10대 뉴스’를 담은 연례 소식지인 셈이다. 서양의 성탄절이 대개 가족과 더불어 보내는 명절로 여겨지는 문화를 생각하면 그 가족적 의미가 어색하지 않다. 상투적인 연말 인사만 적힌 형식적인 카드보다야 특별함과 친밀감을 주는 게 당연하다.

크리스마스 레터를 활성화시킨 계기는 개인용컴퓨터(PC)의 보급이었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의 문서를 작성·편집해 다량으로 찍어내는 일련의 과정은 피시와 프린터를 갖추고서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선 이런 편지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제작·방영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유행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연말에 가족 소식을 주고받는 풍속을 다시 한 번 바꿔놓고 있다. 에스엔에스 이용자들은 세밑까지 기다릴 새 없이 주변의 대소사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가족의 근황을 다룬 글·사진·동영상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친구’에게 알리고 느낌을 주고받는다. 자신이 갔던 장소들은 포스퀘어처럼 위치정보를 이용한 에스엔에스에 기록하며 감상 및 평가를 남긴다. 하고 있는 일 가운데 널리 알리고픈 경력은 공개 이력서를 만들어주는 링크트인 같은 에스엔에스에 입력해 둔다. 심지어 외출 전에 사진을 찍어 올려 자신의 패션을 ‘친구’들에게 평가받은 뒤 옷을 그대로 입고 갈지 말지 결정케 하는 에스엔에스도 있다. 이 모든 다사다난의 기록을 1년 동안 시시각각 전달받았는데, 연말이라고 굳이 새로운 소식지를 또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 크리스마스 레터의 풍습과는 별개로, 그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에스엔에스에 빠져 와글와글하던 일상을 잠시 떠나 홀로 조용히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계획을 다지는 국내 이용자들이 눈에 띄고, 또 돋보이는 이유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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