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논설위원
전북도의회와 시민단체인 민주통합시민행동이 우리 지방정치의 갈등 양상을 주제로 얼마 전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단체장과 시·도교육감 사이에 날로 확산되는 갈등을 새롭게 설명하려는 자리였다.
토론회에서 정상호 명지대 교수는 ‘로컬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지방정부-지방의회 갈등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과거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사이 갈등은 업무처리 절차를 둘러싼 비합리적 힘겨루기 성격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학자들은 정당의 지방자치 관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정당배제론’으로 이러한 갈등을 설명했다. 정당배제론은 지방자치가 중앙의 입법부와 행정부가 만든 법령 테두리에서 전개되는 탈정파적·가치중립적 행정행위이기 때문에 정당의 관여는 주민들의 반목과 갈등을 초래할 뿐이라고 본다.
정 교수는 6·2 지방선거 이후 지방정치의 갈등이 과거와 달리 정책과 노선을 둘러싼 합리적인 예산투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유권자의 선호와 정당의 이념에 기초한 정책 대립이 새로운 갈등의 본질적 성격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전통적인 정당배제론 대신에, 지방정치의 갈등을 필연적·구조적 현상으로 이해하는 ‘책임 정당정치 모델’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선진국에서도 지방자치를 ‘행정’이 아니라 ‘정치’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단체장의 설득 능력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방정부 수장이 ‘의회를 다루는 기술’(legislative skill)에 그의 직무수행 성패가 달린 것으로 본다. 가령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견해가 다르다고 시의회 출석과 시정협의를 거부하는 것은 지방자치 선진국에선 상상하기 어렵다. 지방자치의 성격이 바뀌는 데 맞춰 새로운 담론을 다듬어나갈 필요가 큰 시점이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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