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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정권안보를 돕겠다는 ‘상업 파병’ / 박창식

등록 2010-11-22 20:09수정 2010-11-22 20:41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국방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 파병 방침을 설명하고자 얼마 전 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를 열었다. 첫 발표를 접할 때부터 이번 파병은 명분이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의문은 더욱 깊어졌다.

아랍에미리트는 인구 460여만명으로 7개의 토후국 연합체다. 인구 가운데 순수한 자국민 정체성을 지닌 사람은 3분의 1 정도이고 나머지는 아랍계 다른 부족, 외국인 등이라고 한다. 따라서 아랍에미리트 집권층은 ‘정권안보’ 필요성을 강하게 느껴왔고, 이를 위해 5000명 규모인 특전부대를 1만명으로 증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나라 왕세자는 우리 특전부대 훈련을 참관하고 자국 군대 훈련을 맡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런 전말과 함께 국방부는 국익 증진에 기여하는 ‘새로운 개념’을 고안해냈다는 투로 이번 파병을 홍보하고 있다.

외국의 정권안보를 돕자는 파병을 두고 국군 파병사에 신기원이나 여는 듯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참으로 우습다. 본질적으로 따진다면 이것은 북한이 1970~80년대에 이집트·시리아·앙골라·모잠비크 등 중동·아프리카 나라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것과 확연히 다르다고 할 것도 없다. 그 행태는 당시 ‘테러 수출’ ‘정권안보 지원’이라고 비난받았다. 일각에선 미국·프랑스·영국 등이 우방국한테 훈련지원을 한 선례가 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민주적 정당성과 국민통합이 취약한 나라의 군대 양성을 지원하는 것은 어쨌든 본받을 일이 못 된다.

이번 파병은 한국과 이란 관계, 한국과 중동 사회의 전반적인 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다분하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에는 미군 1600여명이 주둔하면서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함정 등을 운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라팔전투기, 함정, 전술차량을 중심으로 5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영국 등 8개 나라에도 800여명이 배치되어 있다. 미국이 전투력을 배치한 이유는 아랍에미리트를 대아프간 전쟁의 후방기지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이란에 대해서도 봉쇄전선을 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우리가 아랍에미리트에 병력을 전개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방부는 ‘국내용’ 특전부대 훈련만 맡고 국제분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군대는 본질적으로 위협세력을 겨냥해 존재하는 무장집단이다. 걸프만을 사이에 두고 아랍에미리트와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이 당연히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동지역에서 비교적 좋은 인상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미국·프랑스·영국 등과 달리 한국은 남의 나라를 침공하거나 약탈한 적이 없고, 최근에 한국 드라마가 많이 수출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어렵게 축적한 무형의 자산을 파병과 같은 무모한 결정으로 까먹게 될까봐 안타깝다. 그러잖아도 최근 아프간 재파병과 미국 주도의 이란 제재 참여 때문에 한국의 인상이 흔들리던 터였다.

국방부는 비분쟁지역의 파병이니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군대는 원래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라고 양성한 집단이다. 국군은 1999년부터 4년간 유엔 요청에 따라 동티모르 독립을 돕기 위해 전투부대를 파병했다. 그때 우리 상록수부대는 무장 민병대가 준동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잘 수행해 평화와 인권에 기여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분쟁지역이냐 아니냐보다는 파병의 명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원전 수주와 결부시켜 국방부에 직접 파병을 지시했다고 한다. 파병이 당장 기업 영업에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전쟁 때처럼 어려운 시절도 아니고 이제 나라의 지위가 제법 올라갔다. 그렇다면 눈앞의 이익만 약삭빠르게 좇을 게 아니라 어떻게 행동해야 국제사회에서 좀더 존경받고 유무형의 국익을 늘릴지를 깊이 성찰해야 마땅하다. 원전 수주 대가로 파병까지 끼워 파는, 나라의 품격은 아랑곳하지 않는 속된 발상이 나는 싫다.

박창식 논설위원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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