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택 수석부국장
4대강 공사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불철주야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찬반 공방 속에서 “도대체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짧은 글에서나마 실체에 접근해보자.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이 ‘4대강 살리기’로 포장되면서부터 ‘왜곡’이 시작됐다. 운하는 아니라면서도 강바닥은 굳이 비용도 많이 드는 사다리꼴로 파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화물선까지 다닐 수 있는 충분한 통로가 확보된다. 홍수 방지하고 물부족 해소한다면서 홍수 많고 물 부족한 지역은 피해간다. 그런 지역에 물을 끌어댈 계획도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연구기관은 유람선 띄우는 검토보고서를 만들었다. 영산강 유람선은 대놓고 “검토중”이라고 했다. 이런데도 ‘운하 전단계’ 공사라는 의심을 안 할 수 있을까.
효과는 둘째치고 별 탈이 없을지가 걱정이다. 수리모형실험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든 설계도면으로 공사중인 곳이 많다.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수질은? 당연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4대강에 흘러드는 물을 정화할 총인처리시설은 올해 목표 97곳 중 7곳밖에 안 됐다. 보가 만들어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마치는 건 불가능하다. 농어촌 지역 하수처리율은 46%에 불과해, 나머지는 수세식 화장실 오물이 그냥 하천으로 흘러드는데도 아직 뾰족한 대책이 없다. 부영양화와 녹조 현상으로 물이 썩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데도 청와대와 정부 쪽은 내년에 무조건 준공식을 강행하려 들 것이다. 보에 물 채워넣고 강변에 골프장 요트장 들어서는 레저시설 조감도 걸어놓고 한판 잔치마당을 펼치면 “모든 게 끝난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야당과 시민단체, 4대 종단의 반대를 언제까지나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 경남도가 사업에 제동을 건 것도 사업권 회수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준설토 매립장 인허가를 취소하면 준설공사를 강행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설사 준공식을 한다 해도 그 이후가 더 문제다. 경제성도 없는 공사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였느냐는 비난 정도는 약과다. 수질 악화에 주변 지역이 침수되고, 자칫 홍수 피해라도 커지는 날엔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도 그때쯤이면 대선도 끝나고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한 뒤일 가능성이 많다. 다음 정권에서라도 청문회를 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라며 결과적으로 각종 편법 탈법을 독려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영산강 등 한두 군데를 먼저 해보자는 단계론 제안을 “그렇게 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공사가 안 된다”며 차버린 것도 그였다. 아직 기술개발도 되지 않은 로봇물고기로 수질오염을 감시하겠다며 국민들의 착각을 부추긴 것도 이 대통령이다. 공사 적극찬성론자인 박재광 교수는 “대통령이 200년 빈도로 하자고 해 (준설 깊이가) 7m가 된 것”(<피디수첩>)이라고 했다.
국토부나 4대강살리기사업본부, 수자원공사, 환경부의 책임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수공에 예산부담을 지우는 방안을 생각해냈다고 자랑하던 간부,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하고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조사를 졸속으로 진행시킨 인사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재판을 빨리 끝내 달라고 재판장을 찾아간 검사와 이에 협조한 판사,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감사원 간부도 마찬가지다. 특히 무모한 공사를 이론적으로 적극 뒷받침한 전문가들의 책임은 반드시 따져야 할 것이다. 6·2 지방선거 직후엔 ‘영산강 먼저 강다운 강 만드는 게 열쇠’라며 검증 필요성을 주장하다 “공정률이 50% 넘었다”며 이대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을 바꾼 보수언론들의 지면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민주당의 태도도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본회의장에서 적당히 끌려나가고 뒤로는 지역구 예산이나 챙기려면 ‘반대 투쟁’은 포기하는 게 낫다. 당 대표까지 지낸 최고위원들이 4대강저지특위 위원장을 서로 안 맡으려 했다는 게 왠지 찜찜하다.
김이택 수석부국장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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