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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브랜드 선호와 좋은 병원, 좋은 의사 / 김미영

등록 2010-10-12 20:42

김미영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김미영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브랜드, 명품 선호 현상이 이제는 병원 선택까지 좌지우지하는 시대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듯 이른바 ‘빅5’ 진료기관이라고 불리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이나 치료를 받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건강 보장성이 높아지면서 본인부담금이 줄어 대형병원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더욱 가속화하는 추세다.

건강·의학 분야를 담당한 지난 1년여. “○○병원 ○○의사를 소개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유명 브랜드 종합병원 잘나가는(?) 의사들을 추천해 달라는 의미였다. 암 같은 중병은 물론이고 흔한 감기도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얼마 전 임신을 한 동생도 산부인과 병원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브랜드를 택했다. “분만은 위험하지 않으니 가까운 동네병원에 가라”는 내 충고는 먹히지 않았다. 동생뿐 아니라 젊은 여성들은 큰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싶어한다. 덕분에 지방의 중소 산부인과는 설 곳이 없다. 동네 산부인과 병의원 중에 분만실이 있는 곳은 25%뿐이다. 강원 양구, 전북 무주, 경북 청송군 등은 산부인과 의원이 아예 없다. 심지어 콧물과 기침, 발열 증상만 보여도 동네병원이 아닌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최근 산부인과뿐 아니라 동네의 내과·소아과·외과 등의 휴·폐업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인식 속에는 막연히 ‘환자를 많이 상대한 병원과 의사가 실력이 낫다’는 잠재의식이 있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브랜드, 명품 병원 선호 현상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권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교통의 발달 등으로 지방 사람들도 서울에서 진료받는 일이 한결 편해지기도 했다. 최고의 병원, 최고의 의사에게 몸을 맡기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적어도 병원과 의사 선택에서는 브랜드가 꼭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명품이나 브랜드 제품을 찾는 건 상품의 품질과 신뢰도, 애프터서비스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빅5’ 병원은 어떤가. 주차비나 선택진료비 등 진료비는 높은 반면 정작 진료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는다. 맞춤처방 자체가 힘든 구조임은 물론이고 충실한 애프터서비스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시간과 비용 투자 대비 품질이 턱없이 낮다.

병원의 브랜드나 환자 수, 의사 수, 크기가 ‘실력’과 반드시 비례한다고 볼 수도 없다. 국가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의가 된 의사들의 실력 차는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의사의 시술이나 처치 역시 자의적 판단보다는 대개 진료지침서에 의존한다. 의사들은 “암 수술만 봐도 경험이 10회 미만이면 실력이 뛰어난 의사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20번 이상 경험을 한 뒤부터는 횟수에서 오는 실력 차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마케팅이나 언론노출 과정에서 브랜드 병원, 스타 의사의 실력이 과장되는 경우도 있다. 동네 병의원에도 유능한 의사들이 널렸다”고 말한다.

나에게 좋은 병원, 유능한 의사란? 환자를 얼마나 진심과 정성으로 대하느냐, 환자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내게 꼭 필요한 처치를 해주느냐 여부로 따져야 할 것 같다. 병은 신기하게도 물리적 수술이나 처치뿐 아니라 ‘환자의 심리나 만족도’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만큼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와 교감이 중요하다. 적어도 당신에게 좋은 병원과 좋은 의사는 ‘나를 잘 아는’, 그래서 맞춤처방과 애프터서비스가 확실한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의 의사일 수 있다.

김미영 스페셜콘텐츠부 기자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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