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민주당의 진정한 변화를 위하여 / 박창식

등록 2010-10-05 09:47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손학규씨가 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무엇보다 처신을 잘한 요인이 컸다고 본다. 그는 춘천 농가에서 닭을 치다가 홀연히 나타나 어려운 당을 돕고 되돌아가곤 했다. 진작 정치 일선으로 돌아오라는 권유를 받고도 “아직 반성을 덜 했다”며 삼갔다. 눈앞의 실익과 자리만을 좇아 믿음을 잃는 정치인이 적잖은 풍토에서 그의 처신은 돋보였다. 명분의 정치가 평가받은 점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손학규호 민주당의 과제는 여러모로 간단치 않다. 이번 전당대회를 관통한 주제는 단연 2012년 정권 탈환이었다. 손 대표가 1위를 거머쥔 것도 비호남 주자로서의 가능성을 나름대로 인정받은 결과다. 민주당에서는 이제 차기 대선후보 레이스가 사실상 시작된 느낌이다. 문제는 민주당의 구조적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손학규·정동영·정세균의 대선주자 지지율을 다 합쳐도 한나라당 한 사람에게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손 대표는 민주당부터 키우자고 한다. 전쟁터에 내보내도록 말을 잘 먹여 준마로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민주당의 인물과 세력이 부족한데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통합과 연대 논의는 전혀 구체화되지 않았다. 더욱이 민주당은 중진들이 각기 지분을 토대로 담합하기 쉬운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다. 이른바 손·정·정 ‘빅3’이 서로 견제하다가도 새로운 인물과 세력한테 문호를 개방하는 문제가 나오면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사람이 속이는 게 아니라 어떤 구도가 형성되면 그 구도가 변화를 막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로 전임 대표가 2년 전 문호개방론의 연장에서 ‘스타 군단 육성’을 공약했지만 거의 실천된 바가 없다.

새 지도부가 능력을 발휘할 것을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진정한 변화를 기대한다면 새로운 구도에 깔린 위험요인도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에 진보 노선을 강화하는 쪽으로 강령을 개정했다. 이념적 지향이 불분명했던 중도개혁주의를 삭제하고 보편적 복지를 기본 정책으로 반영했다. 당연한 좌표 이동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시절에 작은 정책을 갖고도 개혁 대 실용 논쟁이 시끌벅적했던 것과 비교해, 이번에 아무 소리가 나지 않은 게 되레 괴이쩍다. 그러던 끝에 정책노선으로 가장 오른쪽으로 평가된 손 후보가 1위 득표를 했다. 정책 따로, 지도부 인물 따로가 된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보수세력이 마구 공격을 해댈 경우에도 그 진보노선이란 것을 굳게 지킬지가 썩 미덥지 않다.

진보 노선은 진보적 대중 기반 위에 세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 조직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시민사회, 전문직, 노동 기반과 동떨어졌다. 기자는 박주선 최고위원이 한달여 전에 ‘스무살 대학생의 눈으로 본 꼰대 정당, 민주당’이란 주제를 걸고 주최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적이 있다. 최고위원 후보자가 자극적인 제목을 내걸고 토론회를 열 정도로, 민주당은 젊은 층과 유리된 것도 사실이다. 마땅히 진보적 대중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정책과의 괴리를 줄여야 할 것이다. 손학규호 민주당의 또다른 과제라 하겠다.

낙제점에 가까운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이번에 바꿔야 한다. 정치인은 무대에 선 프로 연기자와 같은 존재다. 시대의 가치와 국면의 과제를 보석 같은 언어로 응축해 토해냄으로써 대중적 울림을 만들어내야 할 터인데, 민주당 사람들은 그럴 기량과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유시민 같은 사람이 없기에, 그동안 민주당 회의 결과 발표에서는 관청 보도자료 냄새가 풀풀 났다. 손 대표는 당선 첫날 “민주정당에선 경쟁 과정에서 약간의 소리가 날 수 있다. 야당은 소리가 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사람들이 서로 부닥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소통의 치열함을 되찾았으면 한다.

박창식 논설위원cspcsp@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이재명 재판에 ‘상식적 의문’ 2가지…그럼 윤 대통령은? 1.

이재명 재판에 ‘상식적 의문’ 2가지…그럼 윤 대통령은?

[사설] ‘이재명 판결’로 ‘김건희 의혹’ 못 덮는다 2.

[사설] ‘이재명 판결’로 ‘김건희 의혹’ 못 덮는다

[사설] 거짓 해명에 취재 통제, ‘대통령 골프’ 부끄럽지 않은가 3.

[사설] 거짓 해명에 취재 통제, ‘대통령 골프’ 부끄럽지 않은가

그 ‘불법’ 집회가 없었다면 [한겨레 프리즘] 4.

그 ‘불법’ 집회가 없었다면 [한겨레 프리즘]

[사설] 이재명 1심 판결에 과도한 정략적 대응 자제해야 5.

[사설] 이재명 1심 판결에 과도한 정략적 대응 자제해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