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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최후의 끽연자 / 박창식

등록 2010-09-27 18:38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일본을 대표하는 공상과학소설가 쓰쓰이 야스타카의 <최후의 끽연자>라는 소설이 있다. 골초인 작가 자신을 모델로 삼았다.

작품 속의 ‘작가’는 강력한 금연운동 속에서 고립되어 간다. 사람들은 초기에 “나는 담배 연기가 싫어요”라고 적은 명함을 들고 다녔다. 이어 작가의 집 주변 공원에 “개와 흡연자는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세워진다. 작가의 집 담벼락은 낙서로 뒤덮인다. “흡연자의 집” “니코틴에 절어서 죽어라” “이 집에 사는 놈은 일본인이 아니다”. 나중에는 혐연권자들이 하얀 삼각복면을 쓰고 횃불을 쳐들고 시내를 배회하며 담뱃가게에 불을 놓고 다니기에 이른다.

작가는 혐연권자들의 습격을 받고 도쿄로 달아난다. 쫓기고 쫓긴 끝에 국회의사당 지붕 꼭대기에 주저앉아 자위대 헬리콥터가 쏘아대는 최루탄 공격에 쩔쩔매면서 최후의 담배를 피워댄다. 마지막 동지인 화가 구사카베가 방금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추락하는 바람에 그는 세상에 남은 최후의 흡연자가 됐다. 그 순간 어디선가 마이크 소리가 들려온다. “그를 보호해야 한다. 그는 흡연시대의 귀한 유물이다. 인간 국보가 될 수도 있다….” 작가는 싫다고 외친다. 격리되어 실험 대상과 구경거리가 되는 꼴을 피하고자 밑으로 몸을 던진다. 하지만 늦었다. 지상에는 이미 구조막이 펼쳐졌다.

흡연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과하면 좋지 않은 법이다. 서울시는 9월부터 택시 운전사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과징금 120만원을 물리기로 했다가 얼마 전 방침을 백지화했다. 추진 단계에선 택시 실내에 타르와 니코틴 등 담배 속의 특정 물질 농도가 높아지면 경보음이 울리는 센서 개발도 거론됐다. 아무튼 좀 지나친 규제 방법을 동원하려다가 반발을 부른 셈이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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