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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부유세 / 박창식

등록 2010-09-15 18:50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정동영 의원이 민주당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 공약으로 부유세 도입을 들고 나왔다. 486그룹 당권 후보인 이인영 전 의원도 부유세를 찬성했다. 민주당의 노선을 진보 쪽으로 좀더 옮겨보자는 흐름이다. 부유세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2002년 대선 때 공약한 이래 진보정당의 상표처럼 되어 있다.

그런데 1971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가 박정희 후보와 맞서 싸우면서 부유세를 공약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 후보는 그해 3월 100만명의 청중이 몰려든 장충단공원 유세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독일 같은 데서 100만~200만원짜리 비싼 개를 사다가 사람도 못 먹는 쇠고기를 먹이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단단히 세금을 물려야 합니다. 노인은 땅 한 평 없는데 30만~40만평짜리 골프장이 대한민국에 10개 이상 있습니다. 단단히 입장세를 내야 합니다. 300만~500만원짜리 보석 반지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은 사치세를 내야 합니다. 내가 정권을 잡으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냅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나라나 사회의 형편도 생각지 않고 사치와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유세와 특별세를 받는 일대 조세혁명을 단행할 것을 공약합니다.”(민주노동당 정책부장으로 부유세 공약 개발을 맡았던 김정진 변호사의 <레디앙> 기고 ‘세금과 정치’, <경향신문> <동아일보> 1971년 3월29일치)

당시 선거 공보를 보면 민주당은 “ㄱ) 세제 개혁의 일대 단행과 세율의 전면적 인하, 재조정 ㄴ) 부유세, 특별행위세 신설로 새로운 세원 확보와 소비 억제…” 등을 공약하고 있다. 한국 야당사에서 부유세의 원조가 정동영·권영길 의원에 앞서 김대중 후보로 거슬러 올라감을 알 수 있다. 불공평한 조세 구조에 충격을 가해 뜯어고치자는 문제의식들로 해석된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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