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리트위트(RT)
트위터에서 오가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잡담이다. 실제 삶에서는 보기 드문 내용·형식이다. 상상해 보시라. 내 팔로어(구독자) 수만큼의 사람들에게 트위터에 쓴 글을 소리 내 읽어준다면?
예컨대 공원 벤치에 앉아 “내가 읽고 있는 책에 뭐라 뭐라 하는 구절이 있다. 감동!”이라고 소리치거나, 만원버스에서 “옆에 선 아저씨 마늘 냄새 풀풀”이라 말하는 게 어디 가능한가. 식당에서 식사를 기다리면서 “오늘 점심은 ○○반점에서 자장면”이라며 사방팔방에 전화를 건다든지, “대학 동창들과 술자리, 오늘의 대화 주제는 트위터”라며 여기저기 벽보를 써붙이는 일도 없다.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당최 모를 이런 시시껄렁한 메시지가 트위터에선 넘쳐난다.
지난해 미국 럿거스대학 연구진은 트위터 이용자 80%가 트위터에 개인적 활동과 생각, 느낌을 적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보성 콘텐츠를 전달한 이용자는 20%뿐이었다. ‘개인적 잡담이 많다’는 현상은 트위터의 특징이기도 한 셈이다. 하지만 전체 사회에서 트위터 이용자는 일부일 뿐이다. 많은 이들은 그런 잡담에 잘 끼지 않고, 좀처럼 신분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공상과학소설 <카오스 워킹>은 트위터 같은 잡담 메커니즘이 인체에 탑재되는 상황을 묘사한다. 인류가 새로운 별에 정착하다가 현지의 바이러스에 걸리면서 저마다 머릿속의 생각이 남들에게 낱낱이 공개되는 병에 걸린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남녀간의 비대칭이 눈에 띈다. 남성들은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끊임없이 잡담을 쏟아내지만, 여성들은 속마음을 감춘 채 남성들 속을 들여다본다. 남성들은 여성의 생각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이런 비대칭을 마뜩잖게 여긴 남성들이 결국 여성들을 모두 제거해 버린다. 마을엔 남성들의 음탕한 생각과 영양가 없는 잡념만 와글와글 남는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잡담’을 통해 시답잖은 일상마저 공유한다. 하지만 비이용자들은 ‘침묵’하며 참여하지 않는다. 행여 이런 비대칭이, 마치 소설 속 남성들처럼, 트위터를 편향된 잡념만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진 않을까.
기자 oscar@hani.co.kr
| |
연재트위터브리핑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