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리트위트(RT)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용비어천가 읊는 아저씨들 보면 좀 안됐다. 자신이 바꾸지 못한 세상을 기술이 바꿔줄 것이라 착각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이건 그냥 도구일 뿐이다.”(영화평론가 허지웅) 트위터에 너무 큰 의미를 두는 데 대한 반감이 물씬 풍겼다. 그러자 트위터 활동이 왕성한 고재열 <시사인> 기자가 맞불을 놨다. 그는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마치 설악산에 기껏 가서 “매표소 주변에서만 알짱거리다가 ‘설악산 별것 없네’라고 말하는 사람”과 같다며 비꼬았다. 고재열은 ‘미디어 권력은 콘텐츠의 힘보다 유통력에서 나온다’며, 국내 트위터가 굉장한 파급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이른바 ‘메이저’ 언론이 다루지 않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바뀐 세상’의 단면인 셈이다. 그러나 허지웅은 파급력이 강력한 것은 트위터 자체가 아니라 고재열처럼 영향력 있는 이용자들이라고 지적하고, 트위터가 세상을 바꾼다는 주장이 마치 “좋은 장비를 쓰니 산행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과 같다며 설악산 비유를 이어받았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도 논란에 가담했다. 김규항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세상은 ‘세상을 바꾸는 운동’에 의해서 바뀌기 때문에, 트위터가 세상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예컨대 트위터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욕설과 조롱을 내뱉는 수많은 이용자는 그 자체로 배설하고 해소할 뿐, 정작 운동과 싸움에 필요한 현실 인식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규항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도구의 변화를 묘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특히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 현실에 빗대 “내용과 방향이 칼날 같다면 열 권의 책이 혁명가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는 게 많은 바보’만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상을 바꿀지 여부에 대한 고민도 흥미롭지만, 트위터가 가져온 의사소통 구조의 변화를 세 사람 모두 인정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는 세상을 바꿨네요. 이런 논의가 나올 정도라면”이라고 평가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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