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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트위터 시대, 삼성을 생각한다

등록 2010-08-18 20:43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삼성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브랜드이다. 최근 필자가 일하는 기업에서 전문 리서치 기관에 의뢰해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판을 나타내는 6개 항목 모두에서 삼성은 2위와 27%에서 45%까지 격차를 벌리는 절대적인 1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별도로 트위터 사용자 3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큰 차이가 났다. 흥미로운 결과 세가지. 첫째, 전체 평판 점수를 합치면 여전히 삼성이 1위지만 6개 항목 중 삼성이 1위를 차지한 것은 단 두가지뿐이었다. 둘째, 그 두가지는 제품구매 의지와 자랑을 잘할 것 같은 기업이었고, 투명성 시대에 중요해지는 신뢰, 의견 청취, 책임감, 소통에서는 모두 1등을 놓쳤다. 셋째, 자랑의 항목에서만 트위터 사용자들은 일반국민보다 높은 점수를 주었을 뿐, 나머지 모든 항목에서 삼성에 대한 평가는 큰 폭으로 낮아졌다.

또한 실수나 잘못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취하는 투명한 태도와 관련해 잘못의 공개, 진실된 사과, 개선 노력 등 3가지 항목을 놓고 조사를 했다. 여전히 일반국민들은 삼성을 2위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절대적인 1위로 꼽았다. 하지만 트위터 사용자 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한 포스코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점수로 종합 4등을 차지했다. 3위 안에 삼성이 포함된 항목은 개선노력 하나였다.

도대체 조사에 참여한 트위터 사용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일반국민 대비 트위터 사용자들은 서울 거주자가 3배 많으며, 20∼30대 비율은 2배가 많았다.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자는 일반국민이 50%인데, 이들은 97%에 육박했다. 400만원 이상 월소득자도 2배였으며, 화이트칼라의 비율은 4배 가까이 많았다. 굳이 따지자면 트위터 사용자들은 평균 국민보다 “좀더 가진 사람”이었고 “가방끈이 좀더 긴 사람들”이었다. 또한 트위터라는 소셜미디어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고급 정보에 접근이 용이하면서, 정보의 소비는 물론 생산도 왕성한 사람들이었다.

올해 삼성전자는 매출 150조원을 바라본다고 한다. 투자자들에게 삼성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리더십의 대가인 제임스 오툴과 워런 베니스는 지난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쓴 칼럼에서 기업의 리더에 대한 평가 잣대가 투자자들에게 부를 만들어주는 능력에서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윤리적이고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최근 펴낸 책에서 기업의 리더십 키워드가 투명성으로 변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국내 10대 기업 중 일반국민과 트위터 사용자의 평가가 가장 극단적으로 엇갈린 기업은 바로 삼성이었다. 대중들은 높게 평가하는 반면, 기업들이 내놓는 ‘뻔한 말’을 좀더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내부 사정을 더 잘 “알 만한” 사람들인 트위터 사용자들에서는 그 평가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필자는 이 칼럼을 삼성전자에서 만든 최신 컴퓨터로 쓰고 있다. 부모님은 친절하고 훌륭한 서비스에 삼성 제품을 고집하신다. 최근 아이폰으로 고생한 삼성이지만, 앞으로 더 훌륭한 제품으로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것임을 믿는다. 그런 이유로 트위터 사용자들도 제품 구매에서는 삼성을 1등으로 꼽았다.

필자는 미국 출장 중이다. 여기에서 만나는 누구에게도 삼성 제품을 놓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 소비자와 투자자의 처지에서 삼성은 최고다. 하지만 외국의 동료들에게 삼성을 글로벌 수준의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이라고 아직 자랑하지는 못한다. 김용철 변호사에 의한 삼성 비자금 폭로 사건이 터진 지 3년이다. 앞으로 글로벌 브랜드 파워에서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관리의 삼성’이 ‘투명한 삼성’으로 변하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트위터로 대변되는 투명성의 시대, 삼성을 생각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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