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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전쟁 홍보 / 박창식

등록 2010-08-04 18:40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1차 이라크전쟁이 막 일어난 1990년 10월 한 소녀가 미국 하원 인권소위에서 눈물을 흘리며 증언했다. “이라크군이 병원 인큐베이터에 든 쿠웨이트 아이들을 내동댕이쳐 죽였다.” 소녀의 신원은 보복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익명 처리됐다. 이라크군의 잔학성을 이야기한 소녀의 증언은 그 뒤 44일간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8차례나 인용됐다.

잡지 <하퍼스>의 발행인 존 매카서는 <뉴욕 타임스>의 1992년 1월6일치 기고를 통해 “그 소녀는 주미 쿠웨이트 대사의 딸이었고, (홍보회사인) 힐앤놀턴이 소녀에게 거짓 증언을 하도록 가르쳤다”고 폭로했다. 이 회사의 사장 크레이그 풀러는 부시가 부통령일 때 비서실장이었다. 더글러스 켈너 미국 유시엘에이 교수의 ‘다시 본 걸프전 티브이전쟁’(1994)이란 글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글은 쿠웨이트 정부가 홍보회사를 고용해 반이라크 캠페인을 벌이고 미국 정부도 그 움직임을 이용했음을 밝히고 있다. 미국의 전쟁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송두리째 이야기를 지어내는 거짓 홍보가 자행된 것이다.

2차 이라크전쟁 시작 40여일 만인 2003년 5월1일 아들 부시 대통령은 샌디에이고 앞바다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에서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해군 조종복 차림으로 해군 제트기를 타고 함상에 착륙했다. 카메라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화려한 연출이었다. 이벤트는 결과적으로 눈속임이 됐다. 전쟁은 그로부터 7년여를 더 끌었으며, 10만명가량의 이라크 민간인과 4400여명의 미군 희생자를 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에 이르러서야 이라크에서 전투병력을 모두 철수시키겠다는 내용으로 이라크전 종식을 선언한다. 교묘한 홍보기술이 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동원돼왔음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때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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