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리트위트(RT)
재벌 총수와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 학생, 미취업자, 실업자 등 ‘평범한’ 사람들에겐 실로 머나먼 얘기 같다.
트위터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박용만 두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활발한 트위터 활동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쓰는 글의 구독자(팔로어) 수가 각각 몇만으로, 국내 트위터의 손꼽히는 유명인사다. 두 사람에게 질문을 건네면, 물론 무시되기도 하지만, 제법 빠른 답이 오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들은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박 회장은 부인 눈치를 보며 트위터를 한다거나, 배고픈데 집에 아무도 없다는 등의 일상을 푸근한 말투로 털어놔 사랑을 받는다. 박 회장에 대해 트위터에선 ‘대장님’이란 애칭이 통용되고, ‘아저씨’라고 부르는 학생도 있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에서 고객 불만과 건의사항을 직접 접수하고 응대한다. 마트의 과일이 어떻고, 가격이 어떻고, 냉방이 어떻고 하는 얘기를 과감하게 털어놓다 보니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주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하루 차이로 쉬이 대처하기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박 회장에겐 두산그룹이 재단인 중앙대의 퇴학생을 두산중공업 직원이 사찰했다는 소식이, 정 부회장에겐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 광명점이 원산지를 속인 ‘가짜 쇠고기’를 판매했다는 뉴스가 그랬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두 기업에 비난을 쏟아내는 동시에 두 사람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확인작업을 진행했는지 몇 시간 동안 아무 대응이 없다가, 각각 중앙대 총장의 해명과 이마트 대표의 사과를 ‘추인’하는 형태로 마무리지었다. 시원찮다는 불평도 있었지만, 애초 ‘대답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음을 고려하면 짧은 대응이나마 의미가 없진 않았다.
트위터에서 만난 필부필부와 재벌의 편안한 대화는, 일찍이 보기 힘들었던 만큼 각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대화가 장시간 더욱 폭넓게 진행돼서 서로가 막연히 가졌던 위화감과 반감이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순진함일까.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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