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리트위트(RT)
인터넷이 없던 시절, 한 개인이 자신의 글을 많은 사람에게 공개하려면 신문이나 책 같은 인쇄매체를 통해야 했다. 이도 저도 여의치 않으면 벽보라도 썼다. 하지만 20세기 말의 총아 인터넷은 개인의 글이 기존 매체를 거치지 않고도 다수에게 읽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큰 비용도 필요 없었다. 그 덕에 자본과 권력 앞에 위축됐던 개인이 저마다 의견을 담은 성명을 마음껏 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성명’은 이동통신과 결합한 트위터 시대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지난 6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한국방송>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짧은 ‘성명’을 냈다. 이는 곧 김씨가 쓰는 글을 구독(팔로)하는 2만6000여 독자들(팔로어)에게 동시에 배달됐다. 일부 독자들은 컴퓨터 화면에서 성명서를 읽었고, 출근길 지하철·버스에선 휴대전화로 본 독자들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 성명서를 고스란히 복사해서, 자기 글을 구독하는 독자들에게 다시 전송(리트위트)한 경우도 많았다. 재전송된 글을 받아본 독자가 또다시 전송하기도 하며 급속도로 퍼진 김씨의 성명은 삽시간에 대단한 화젯거리가 됐다. 김씨 글을 직접 받아보려는 구독자(팔로어)는 이틀 만에 1만명이 늘었다. 격려하는 성명이 쇄도했고 지지 성명도 잇따랐다. “김미화씨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문화방송> 신경민 논설위원) 등 논평도 숱했다. 비판 성명도 없지 않았다. 만약 김미화씨를 둘러싼 수많은 성명서가 모두 종이에 적힌 육필이었다면 어땠을까. 몇만명의 교신을 위해 복사하고 배달하는 데 천문학적인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테고, 그 부피 탓에 대부분은 제대로 읽히지도 않은 채 외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부터 그렇게 글을 많이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세상은 한층 ‘조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린 저마다 가치관과 의견이 다르고, 모두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트위터 이용자는 남녀노소나 좌우의 특정 집단이 아니다. 자본과 권력이 장악한 과거 여론시장에서는 조용히 있곤 했던 개인들일 뿐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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