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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운동예찬 / 김미영

등록 2010-07-20 20:35수정 2010-07-20 22:22

김미영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김미영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운동예찬. 기껏해야 운동을 며칠이나 했다고! 제목부터 ‘운동예찬’인 거냐? 누군가 이렇게 항의하면 난 할 말이 없다.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한 게 전부니까. 그런데 이건 분명하다. 36년 동안 안 해봤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그 결과 운동예찬론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참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땀 냄새가 싫다. 땀이 내 몸을 꿉꿉하게 만드는 건 더욱 싫다. 걷는 것, 뛰는 것도 싫다. 가능하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굳이 걸어야 한다면 버스와 지하철, 택시를 탄다. 집 안에서는 최대한 오랜 시간을 누워 있어야 한다. 책을 읽을 때도, 텔레비전을 볼 때도 곧잘 눕는다. 요즘 남편은 이 말을 달고 산다. “네가 왜 살이 찌는 줄 알아? 안 움직여서 그래!”

10여년 전인 20대 초·중반만 해도 내 몸은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 162㎝에 53㎏.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보통 체격이었으니까. 내 몸의 변화는 정확히 스물다섯살 고개를 넘기면서 찾아왔다. 야속하게도 나이 한살 더할 때마다 2㎏씩 체중이 늘었다.

그럼에도 여자인지라, 나도 위기감을 느끼지 않은 건 아니었다. 사라진 턱선, 튀어나온 뱃살, 축 처진 엉덩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좋게 보이지 않는데, 남들의 눈에는 오죽할까. 자신감이 사라지니, 의욕과 업무 능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부부 금실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위기감의 대부분은 이러다 건강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뛰는 것은 물론이고 걸을 때조차 숨이 찼다. 체중을 지탱하지 못한 발목이 결국 탈이 났다. 이미 내 체중은 적정체중에서 한참을 벗어난 상태. 체지방도 위험수위, 결국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해선 살빼기가 절실했다.

올해 목표 1순위로 살빼기를 정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지난 6개월 동안 살을 빼준다는 건 뭐든 닥치는 대로 시도했다. 사과·고구마·토마토 등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에서부터 독소 배출 요법,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한방다이어트까지. 매번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운동 없는 다이어트는 요요현상만 낳았고, 건강한 몸과는 더 멀어졌다. 의사들의 처방은 이랬다. “건강해지려면 식사 조절과 운동으로 살을 빼라.”

운동 외에,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지난달 자포자기 심정으로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매일 새벽 6시 출근도장을 찍은 다음 1시간30분씩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운동, 정말 힘들다. 보디빌더 선수들이 존경스럽다. 중간에 “그만!” 소리치고 뛰쳐나오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 고통을 이겨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니, 사는 게 즐겁다. 피로와 스트레스도 풀린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니, 표정도 더 밝아졌다. 요즘은 젊어졌다는 소리도 듣는다. 남편과도 사이가 좋아졌다. 게다가 체중도 7㎏씩이나 줄었다!

하루 1시간 남짓 운동의 효과치고 꽤나 크다. 몸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건 더 큰 수확이다. 많은 한국인이 생활습관병 위험지대에 놓여 있듯, 뚱뚱했던 나 역시 운동을 안 했다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에 노출됐을 거다. 적정체중 유지와 규칙적인 운동은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혹시 누군가는 바쁜 일상에서 무슨 운동이냐고, 젊을 때 더 벌고 더 높은 지위에 올라야 한다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건강해야 돈도 벌 수 있고, 명예도 좇을 수 있다. 건강을 잃었는데, 돈과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운동합시다.

김미영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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