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논설위원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감행하고자 합니다. 일의 진행 방식을 투명하게 개방하고, 정보에 대한 비판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합니다.” 빌리 브란트가 1969년 10월 전후 독일의 첫 사회민주당 총리로 취임하면서 한 연설이다.
1969년 연방 선거에서 42.7%를 득표한 사민당은 자민당과의 연정을 구성해 집권했다. 브란트는 ‘더 많은 민주주의’(more democracy)라는 깃발을 내걸고 모든 시민이 국가와 사회의 개혁에 참여하도록 하는 정책들을 펼쳐나간다. 우선 선거권자 나이를 21살에서 18살로 낮추고 공교육에 대한 국가 지원을 확대했다. 대학 운영에 대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 대학을 개혁했다. 기업의 노사 협의 과정을 확대했으며 직업교육을 개혁하고 정년을 유연화했다. 세제 개혁도 실시했다. 오늘날 독일 민주주의와 사회개혁의 기초를 그 무렵 거의 다졌다.
그 결과 브란트는 젊은 세대와 지식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빌리를 뽑아라”가 선거 구호가 될 정도로 그는 대중한테 친숙한 존재로 다가갔다. 사민당은 젊은 지식층의 참여로 당원이 100만명 수준으로 급증했고 1972년 선거에서 45.8%를 득표해 더욱 강력한 정당으로 떠올랐다.
‘민선 5기’ 지방정부들이 민주주의를 ‘증강’하는 실험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후퇴시킨 참여민주주의를 복원하고 한걸음 나아가는 성격이 있다 하겠다. 충남도는 4대강 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에 이 사업에 대해 찬반 의견을 지닌 시·군 대표를 고루 참여시켰다. 결론을 정해놓고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중앙정부와 달리,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라도 대화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이밖에 민주도정협의회(경남도), 시민소통100인위원회(부천시), 주민참여예산제(서울 은평구, 경기 오산시) 등 다양한 형태의 실험이 펼쳐지고 있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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