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리트위트(RT)
“본 이벤트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사과드리며, 향후 건전한 트위터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 피자 체인점이 트위터에서 진행했던 할인 행사의 성격은 ‘물의’로 규정됐다. 사실 첫 반응은 뜨거웠다. 트위터 이용자는 기본 에누리 1000원에, 팔로어 수에 따라 최대 2만원까지 깎아준다는 내용이었다. “모처럼 아이들에게 아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라는 누군가의 말마따나, 최근 몹시 열중하면서도 뾰족이 내세울 만한 결과물이 없던 트위터 활동에서 드디어 실질적 ‘쓸모’를 찾아낸 즐거움이 컸다. 트위터 이용자들끼리 서로가 서로의 피자 값을 깎아준다는 개념도 분명 참신했다.
그러나 곧 편법이 등장했다. 할인을 더 받기 위해 팔로를 늘리려 나선 이들이었다. 아무 내용 없이 “선팔합니다. 맞팔 부탁드려요”(먼저 팔로 신청했으니 서로 팔로합시다)라는 맹목적인 트위트가 가득해졌다. 곳곳에서 비난이 일었다. 업체는 “일부 비정상적인 사용자들”을 원망하며, 끝내 애초 계획보다 약 20일 일찍 막을 내리기로 했다. ‘건전한 트위터 문화’를 위한 도덕적 결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팔로어가 많은 이를 끌어들여 홍보에 활용하려던 원래 계획이 어그러졌으니 불가피하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셈이다. 온전히 실패라 하기도 어렵다.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 효과는 컸다. 모든 행사 참가자를 온라인회원으로 가입시킨 것도 평소엔 이루기 힘든 성과였을 테다. 더욱이, 트위터에 열심이란 이미지 덕에 앞날을 위한 자산도 생겼다.
지난주 서울에선 ‘기업 트위터 담당자’들끼리의 만남이 있었다. 회사 차원의 트위터 계정을 운영중이거나 준비중인 담당자 약 40명이 모였다. “맡은 부서가 마케팅인가요, 홍보인가요?” “언제까지 이벤트만 해야 할까요?” “참고할 만한 사례 없을까요?” 서로에게 질문을 쏟아냈지만 다들 정답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다 같이 공부를 하기로 했다. 피자 할인 행사는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전망이다. 기업과 트위터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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