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논설위원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 행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실적주의는 범인 검거실적 위주로만 경찰관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기업의 효율성 논리를 정부 부문에 무리하게 적용한다는 인상이 짙었는데 이번에 문제가 터졌다.
미국의 진보적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현대 국가가 기업의 컨설턴트처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통제는 강화하되 결과는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컨설팅 국가’라는 개념을 제시했다.(<뉴캐피털리즘>) 1990년대 영국 <비비시> 방송의 사장 존 버트는 비비시의 10년 중기전략을 재검토하려고 매킨지에 컨설팅을 맡겼다. 공식적인 의도는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방송할 것인가라는 공영방송 편성의 문제를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갓 엠비에이를 딴 매킨지의 젊은 컨설턴트들은 방송 편성 문제에 무감각했다. 이들은 조직의 변화에 따라 종사자들이 겪을 문제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매킨지의 컨설팅에 따라 많은 종사자들이 관록을 쌓아온 분야를 떠나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업무를 맡게 됐다. 비비시 조직은 혼란에 휩싸였다. 매킨지 사람들은 막대한 자문료를 챙기고 떠난 것으로 그만이었다.
그런데도 경영진이 외부 컨설턴트를 찾는 것은 경영진의 구조개혁 의지가 단호한 것처럼 비치게 하는 ‘홍보 효과’ 때문이라고 세넷은 분석했다. 기업은 이런 신호를 보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조직이 요동치면 기업 내부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비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결과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실적주의를 적용하자 경찰 조직은 겉으로는 활기있게 요동쳤다. 그러나 안으로는 경찰관들의 고통과 업무 왜곡이 벌어지고 있었다. 강북경찰서장은 범죄 예방에 필요한 순찰도 내팽개치고 절도범 잡으라고 다그친 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경찰 지휘부는 누구한테 컨설팅을 받았는가.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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