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리트위트(RT)
지난해 6월 열린 일본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에서 재일동포 손정의(일본이름 손마사요시) 사장은 한 가지 약속을 내걸었다. 창사 30돌이 되는 2010년 주총에서는 향후 30년의 비전을 발표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트위터 운영이 활발한 손 사장은 트위터에서도 이를 재차 확인하고, “21세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좀더 풍요롭고 즐겁게 하고 싶다. 뜻을 공유하는 이들의 의견을 바란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지난 25일 열린 주총에서 약속을 지켰다.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된 이날 발표에서 그는, 지난 1년 동안 2만 소프트뱅크 직원이 진지하게 토론했고 수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의 의견도 받아들여 종합한 내용이라며 2시간 동안의 연설을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결론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정보혁명’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회사’였다. 그동안 트위터에서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일은?” “가장 행복했던 일은?” 하며 그가 던졌던 철학적 질문이 모두 이 발표의 일환이었다. 시가총액 200조엔 규모의 세계 10대 기업에 들겠다거나 자신의 후계자를 키워낼 아카데미를 짓겠다는 등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지만, 강조점은 명확했다. 막바지에 이르러 손 사장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번지 없는 불법 판잣집에서 태어났다고 호적에 ‘무번지’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힘겹고 궁핍했던 재일동포 가정이었다. 언젠가 할머니와 함께 방문한 ‘더 가난한’ 한국의 어린이들이, 어려운 살림에도 챙겨간 일본 헌옷을 받아들고 너무도 기뻐하던 모습을 기억하며, 이런 순수한 행복을 가능케 하는 ‘사람의 도움’을 위해 공헌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릴 때 낯선 일본 땅에 와 고생한 할머니 생각에, 손 사장의 뺨 위로는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한국에서도 그의 발표와 눈물이 소개됐다. “감동받았다” “존경한다”는 트위트가 잇따랐다. 마찬가지로 트위터 활동이 열심인 국내 재벌과의 비교도 있었다. “우리나라 회장들은 (회사를) 물려받아서인지 참 부끄럽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사서 까는(개봉하는) 걸 자랑이나 하고.”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 |
연재트위터브리핑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