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리트위트(RT)
“도무지 패기가 없는 놈들이라며 요즘의 20대를 깔봤던 저의 교만을 사죄드립니다. 공연 무대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겠습니다.”
가수 신해철씨가 지난주 동시지방선거가 끝난 뒤 트위터를 통해 ‘사죄’했다. 신씨는 “이번 선거에 투표한 20대는 모두 승리자입니다.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여러분들입니다”라고 썼다. 이튿날 무대에선 실제로 무릎 꿇고 큰절을 올려 약속을 지켰다.
선거 뒤 언론은 트위터가 20대에게 정치 참여의 ‘흥미’를 유발하며 투표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예컨대 보수 성향의 한 일간지의 투표 이튿날 3면 머리기사 제목은 ‘트위터·인증샷의 힘…젊은층 오후 들어 투표장 확 몰렸다’였다. 다음날엔 트위터 기사로 사회면 한 면을 채우고 “주로 젊은층이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은 야당의 승리를 의미있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9일엔 ‘선거혁명의 전주곡, 트위터’라는 시론도 실었다.
20대는 과연 이번 선거의 주인공이었을까. 트위터는 과연 20대 투표의 날개였을까.
공식 집계는 한달가량 걸린다고 하지만, 선거 당일 개표방송에선 20대 73%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자료도 나왔다. 지난달 선관위 자료에서도, 20대 가운데 ‘적극 투표의향층’은 36.2%에 지나지 않는다. 20대 10명 가운데 많아야 4명이 투표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트위터는 20대에게 오히려 짐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 이용자는 “트위터도 취업할 때 면접관이 팔로 몇 명이냐고 물어봐서 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는 어느 취업준비생의 이야기를 전하며 “듣는 제 마음이 아팠습니다”라고 했다. 또 하나의 ‘취업 스펙’이 된 셈이다.
실시간 속보와 리트위트 등 트위터의 특성을 가장 잘 구현한다는 ‘스마트폰’의 유행마저 20대에겐 부담스럽다. 단말기 가격은 80만~100만원을 호가하고 약정기간(2년) 내내 달마다 5만~6만원의 기본요금을 내야 한다. ‘88만원 세대’라는 별명을 가진 오늘날 20대에게 기계값은 한달치 월급, 통신료는 무려 월급의 7%꼴이 아닌가.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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