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논설위원
정부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받아내겠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가 “말로 해도 듣지 않을 집단”이니 갖은 수단으로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을 인정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김연철 인제대 교수의 <냉전의 추억>은 남북관계사에서 북한이 도발을 사과한 예들을 보여준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1972년 5월 방북했을 때 김일성 당시 수상은 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청와대 사건은 박 대통령께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 내부의 좌경 맹동분자들이 한 것입니다. 그때 나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보위부, 참모장, 정찰국장 다 철직시켰습니다”라고 했다. 1996년 9월에는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이 벌어졌다. 김영삼 대통령은 처음부터 ‘의도적’이라고 단정하고 강경책을 택했다. 북한은 엿새 만에 우발적 사고라고 규정했다. 북한 외교부는 미국과 협상을 한 끝에 사건 석달 뒤 “강릉 잠수함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2002년 6월엔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으로 남한 고속정이 침몰했다.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다쳤다. 북한은 즉각 핫라인을 통해 “현지 아랫사람들의 우발적 사고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7월25일에는 통일부 장관 앞으로 전화통지문을 보내 ‘유감’을 표명했다. 천안함 사건은 성격 규정이 다소 복잡하다. 하지만 남북관계사를 보면 진실을 밝히고 사과를 받기 위해서라도 대화는 필수다. 접촉을 해야 상대방의 의도라도 알 수 있다. 핫라인이든 비공식 채널이든 대화 통로가 깡그리 단절된 지금의 남북관계가 위험하고 효율적이지도 않은 이유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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