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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축구전쟁 / 여현호

등록 2010-05-24 21:36수정 2010-05-28 17:36

여현호  논설위원
여현호 논설위원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의 축구전쟁이 꼽힌다. 멕시코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에서 맞붙은 두 나라가 격전을 치르다 2100여명이 전사하는 실제 전쟁까지 벌였다는 얘기다. 실제 역사는 조금 다르다. 축구 때문에 충돌이 빚어진 것은 사실이다. 6월15일 2차전에 원정 응원을 온 온두라스인들이 홈 관중에게 몰매를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두라스에선 엘살바도르인을 겨냥한 방화와 집단폭행으로 희생자가 속출했다. 엘살바도르는 세계인권위원회에 온두라스를 고발했고, 온두라스는 엘살바도르 상품 수입금지로 대응했다. 6월23일 두 나라는 국교를 끊었고, 그 나흘 뒤 멕시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에선 엘살바도르가 이겼다. 전쟁은 7월14일 엘살바도르의 전격 침공으로 시작됐다.

전쟁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온두라스에는 국경을 넘어온 30만명가량의 엘살바도르인이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온두라스는 69년 농지개혁을 하면서 엘살바도르 이민자들을 제외했고, 수만명을 추방했다. 양국의 국민감정은 축구 이전부터 이미 악화해 있었던 것이다.

‘축구전쟁’은 홍보전의 산물이다. 엘살바도르는 ‘온두라스가 축구에서 지자 소요사태를 벌여 전쟁을 시작했다’는 주장을 조직적으로 유포했다. 온두라스는 ‘한 엘살바도르 녀석이 온두라스 여인을 향해 오줌을 눈 것이 이 모든 사태를 촉발했다’고 맞받았지만,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전세계인을 들뜨게 하는 월드컵이 다음달 11일 개막한다. 한국도 어제 ‘숙적’ 일본과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원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남북한이 월드컵 본선에 함께 진출한 한반도에선 축제에 대한 기대감 대신 전쟁을 불사할 듯한 가시 돋친 말들만 오가고 있다. 홍보·외교전도 한창이다. 이런 모습은 나중에 어떻게 비칠까.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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