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래마을 ‘Coffeeology’
하나의 시대는 그 시대만의 공간을 갖는다. 속이 비치도록 디자인된 커피전문점은 지금 이 시대의 공간임에 틀림없다. 오늘날 커피전문점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니다. 커피는 만남이나 휴식을 위한 매개일 뿐이다. 그렇다고 이 공간을 그러한 행위들과의 관계에서만 이해하는 것도 곤란하다. 왜냐하면 커피전문점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교환되는 시선과 그에 따른 행위이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은 내부에 자리하는 이들을 배우로 만든다. 유리를 통해 뿌려지는 외부의 시선들을 의식하면서도 애써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는 이들의 모습이 티브이 화면 속 배우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 많은 커피전문점들이 1층에 자리하는 것은 바로 그 배우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오창섭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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