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논설위원
한나라당에선 원희룡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연일 때리고 있다. 그는 “전시행정밖에 하는 게 없다”며 광화문광장의 치졸함, ‘디자인 서울’의 맹점, 뒤늦었던 용산참사 대책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를 둘러싼 당내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 과정은 현역 광역단체장의 업무를 공적으로 검증한다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 발전에 도움이 되며, 한나라당에 역동적 이미지를 보태주는 측면도 있다.
민주당 쪽은 어떤가?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김완주 전북지사 등 세 사람의 광역단체장들을 당연히 검증해야 한다. 검증 논점은 이들의 ‘중앙 의존증’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지난해 7월 정부의 새만금사업 종합실천계획 발표에 대해 장문의 감사편지를 이 대통령에게 보냈다. 그는 편지에 “저와 200만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께 큰절을 올린다” “새만금 계획안을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감동이 밀려왔다”고 적어 ‘과공’ 논란을 빚었다. 당시 민주당 민생정치모임(대표 이종걸 의원)은 성명서를 내어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과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당 소속 고위공직자가 군주시대의 충성서약 냄새를 풍기는 감사편지를 보낸 것은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난해 11월22일 4대강 사업 영산강 구간 기공식에서 이 대통령을 화끈하게 칭송해 ‘엠비(MB)어천가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이 사업 반대 당론에 따라 기공식에 불참한 터였다. 이에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두 사람은 차라리 당을 떠나라”는 성명을 냈고, 정세균 대표는 “엄중한 시기에 자치단체장이 말씀할 경우에는 수위를 조절했어야 했다”고 질책했다. 그러고는 일단 넘어간 상태였다.
이들의 행동은 지역민의 이익을 챙겨 오는 게 단체장의 최고 미덕이며, 그러려면 중앙 실력자와 협조해 예산과 사업을 따내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는 전통적 관념의 산물로 보인다. 이른바 ‘이익 유도의 정치’ 논리를 답습한 셈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아래서는 ‘지방 정치’의 진로도 새로이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4대강 사업은 토건업체 외에 누구한테 이익을 가져다줄지 의문스러운 것 아닌가? 이런 정치가 중앙 의존성을 심화시키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물음들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 균형발전보다는 수도권 집중 기조가 훨씬 강화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세 단체장의 모호한 행보가 민주당의 정체성 혼돈을 가중시킨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갖는 원천적 한계를 들며 변명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첫 민선교육감으로 교육자치 시대의 막을 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보자. 그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시를 거부했다. 그는 교과부한테서 예산배정상의 불이익 등을 위협받았을 것이다. 결국 교과부한테 고발까지 당했다. 그래도 그는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에 종속된 교육정책이 아니라, 자치단체 스스로의 판단을 넓혀가라는 교육자치의 취지를 그는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무상급식 확대도 앞장서서 추진해, 이 문제를 6·2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만들어냈다. 정치인들이 좀처럼 꾸려내지 못한 대중성 있는 ‘정책 전선’을, 대학교수 출신인 김 교육감이 만들어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2012년에 대비해 존재감과 매력을 회복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려면 호남 지방자치의 쇄신도 매우 중요하다. 지방선거 공천 경쟁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호남 광역단체장들에 대한 검증 논점을 제기하는 이유이다.
박창식 논설위원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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