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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조선적 재일동포 / 오태규

등록 2009-12-16 18:37

오태규 논설위원
오태규 논설위원




현재 60만명 정도 되는 재일동포의 국적은 ‘대한민국’, 아니면 ‘조선’ 둘 중 하나다. 보통 민단계 동포의 국적은 대한민국이고, 총련계의 국적은 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조선이 북한의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줄임말인 줄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조선은 일제의 병탄으로 망한 조선을 가리킨다.

1910년 망국과 함께 한반도 안팎의 모든 조선 사람의 국적은 강제로 일본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45년 해방 이후 복잡해졌다. 48년 남북에서 각기 단독정부가 수립되면서 국내에 있던 사람들은 거주 지역에 따라 국적이 정해졌지만, 재일동포의 사정은 달랐다. 더구나 일본은 2차대전에서 항복한 뒤 그동안 내선일체 운운하며 부여했던 재일동포들의 일본 국적을 박탈하고, 47년 외국인등록령을 내려 재일동포들에게 국적을 신고하라고 했다.

이때 재일동포들이 조선 출신이란 의미에서 조선을 국적으로 표기했다. 실체가 아니라 기호로서 조선적(朝鮮籍), 즉 무국적 재일동포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들은 다시 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 국적 또는 조선적 유지를 강요받는다. 조선적에 이념의 색깔이 덧씌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남쪽의 국력이 커지면서 점차 한국적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통일에 대한 기대, 부모의 국적 승계, 북한 지지 등을 이유로 조선적을 유지하는 사람이 5만명 정도 된다.

최근 이들의 국내 입국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의 탄생과 함께 이들의 국내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됐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남북관계 경색과 함께 일본에 있는 재외공관에서 입국과 국적 변경을 연계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가인권위가 외교통상부에 인권침해라며 시정을 권고했다. 과연 힘 빠진 인권위의 권고가 통할는지….

오태규 논설위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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