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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준만칼럼] 지방자치선거가 무서워지는 이유

등록 2009-12-06 21:38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방의원 범죄 심각” “존재의 이유 상실한 지방의회” “지역사회를 죽이고 있는 기형적인 지방자치” “호화·낭비 경쟁하는 지방청사들” “‘제왕적 단체장’ 도덕적 해이 도 넘었다”

지방자치의 한심한 수준을 고발하는 신문기사의 제목들이다. 예외적인 기사들인가? 그렇지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나오는 평범한 기사들이다. 언론의 속성상 아무래도 지방자치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기 쉽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지방자치가 골병이 들었다는 건 분명하다. 최근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16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을 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각종 비리, 예산낭비, 지자체장들의 전횡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지방자치제도가 오히려 지역을 망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민주주의 결과로 생겨난 지방자치제도가 국민들을 고통 속에 빠지게 할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지방자치선거가 무서워진다.”

이런 현실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건 우리의 무감각과 무대응이다. 어떤 이들은 각 지역의 일당 독점과 그것을 가능케 한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지방자치의 원흉으로 지목하면서 지역구도 타파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럴듯한 말씀이지만, 대기업의 공정거래 위반에 대해 자본주의를 원흉으로 지목하는 것처럼 차원이 맞지 않는 해법이다. 우리는 지방자치의 문제마저도 ‘위에서 아래로’ 일시에 해결하려는 ‘일극 집중 중독증’에 빠져 있다. 이 병을 고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서울에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이 사실상 없다고 가정해보자. 민주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중앙권력에 대해서만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감시와 견제의 무풍지대로 남겨놓고서도 별 문제의식이 없다. 이마저 중앙권력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지역언론의 현실을 보자.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한꺼번에 싸잡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언론이 사실상 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더 많다. 지역신문 구독률이 5%가 안 되는 지역들이 많은 상황에서 지역신문의 문제나 비리를 말하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지역민들의 관심과 의식을 지배하는 건 중앙 의제들이다. 이걸 이대로 두고서 도대체 무슨 수로 지방자치의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말인가?

쉽게 생각해보자. 지역에서 수십년간 헌신한 유능하고 깨끗한 시민운동가가 지방의원이 될 수 있는가? 현 체제에선 거의 불가능하다. 지역신문을 거의 구독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 시민운동가의 이름을 한 사람이라도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지금과 같은 무관심·불신 체제하에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단체장과 의원들도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역신문부터 살려보자. 그간 ‘개혁론’과 ‘지원론’이 제시되었고 상호 충돌하기도 했지만, 양자택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개혁하면서 지원하고, 지원하면서 개혁하자. 최근 프랑스 정부가 불황에 빠진 신문산업을 돕기 위해 18~24살 젊은 성인들에게 1년간 무료로 신문을 구독하게 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에 주목해보자. 지역신문들이 전국지보다 훨씬 인기가 있고 영향력이 큰 프랑스에 비해 우리의 사정이 더 절박하다. 우리는 지방자치 살리기 차원에서 접근해보자. 우리의 고질적인 ‘일극 집중 중독증’을 치유하지 않으면 우리는 당쟁에 국력을 탕진하고 말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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